“두 달새 1.7억 올라” 서울 아파트 전셋값 10개월째 상승세...‘갭투기’ 영향은 제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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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지난달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오는 7월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30대 직장인 한모씨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전셋값에 걱정이 앞선다. 그는 “1·2월에 거래된 가격을 보고 부동산에 물어보면 호가가 한 달새 2000만~3000만원씩 올라 있다”며 “학군지나 역세권 아파트는 매물도 많이 빠졌고, 작년과 비교하면 전세 가격이 1억원 이상 뛴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34평(전용 84㎡) 가려던 계획을 25평(59㎡)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작년 5월부터 10개월째 오르며 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2일부터 지난주(18일 기준)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4.29%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1.48% 오른 걸 감안하면 전셋값 상승폭이 훨씬 가파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누적상승률은 각각 0.36%, 1.88% 정도였다.

서울에선 성동구(9.10%)·송파구(7.47%)·양천구(5.60%)·마포구(4.90%) 아파트 전셋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서울 못지않게 인구가 밀집된 경기도에선 분당구(8.41%) 전세 가격이 많이 뛰었다.

실제 서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59㎡는 지난 1월 7억2400만원(18층) 전세가 거래됐는데, 최근 같은 동 전세 매물이 9억원(19층)에 손바뀜됐다. 두 달 새 1억7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성동구가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은데 신축 아파트가 별로 없고 전세가는 계속 오르는 추세라 호가가 비싸도 매물이 금세 빠진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마포구 중개업소 관계자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사하면 돈이 나가니 대부분 갱신·재계약이 많다”며 “그만큼 매물이 줄게 돼 신규 전세 가격이 오르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1년 가까이 오르고 있는 이유로 ▶고금리 장기화로 매매 대신 전세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어났고, ▶전세 대출금리가 하락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진 점을 꼽았다. 여기에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 주택에 살던 이들이 아파트로 갈아탄 영향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전셋값을 밀어 올릴 상승 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전세 가격이 안정되려면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공급)이 많아져야 하는데, 올해와 내년 서울 입주 예정물량은 평년 대비 1만 가구 이상 적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2~3년 전 부동산 규제가 워낙 강해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향후 2~3년간 신축 아파트 공급이 적어 전세 가격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서히 주택 매매로 돌아서거나 반전세나 월세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재 전셋값은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1~22년 당시보다는 낮다. 하지만 주요 지역 인기 단지는 80~90% 수준까지 올라 전고점을 향해 가는 곳이 많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 강세가 점차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작년에 집값 대비 전셋값이 덜 오른 측면이 있어 전세로 몰렸는데 전세가 계속 오르면 다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 것”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하반기 들어 매맷값이 조금씩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도 늘고 있다. 다만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고금리에 경기도 좋지 않아 갭 투기로 번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며 “다만 전세가율이 70% 이상 되는 곳은 잘 따져보고 전세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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