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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업계 맏형' 옛말? 손보사, 보험료 수입도 생보사 추월

중앙일보

입력

[일러스트=김지윤]

[일러스트=김지윤]

지난해 손해보험사의 연간 보험료 수입이 생명보험사를 처음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에 이어 보험료까지 손보사가 우위를 점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생보사가 '맏형' 역할을 하던 보험업계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의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13조3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1783억원(45.5%) 증가했다. 순이익 규모로는 역대 최대치다. 새로운 회계기준(IFRS9·17) 도입에 따른 손익 변동이 반영되고, 보장성·장기 보험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업권별로는 손보사(31개)가 거둔 당기순이익이 8조2626억원으로 생보사(22개) 5조952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 2021년 손보사가 생보사를 넘어선 뒤 3년째 손보 우위가 이어졌다. 지난해 '순이익 1조 클럽'에 손보 3개사(삼성·메리츠·DB)가 들어간 반면, 생보사는 한 곳(삼성)인 게 단적으로 보여준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특히 지난해엔 보험사의 영업 매출 격인 수입보험료 순위까지 움직였다. 보험사들의 전체 수입보험료는 237조6092억원으로 1년 새 15조1832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생보·손보사의 희비는 엇갈렸다. 생보사의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20조2761억원 감소한 112조4075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성 보험(-38%)을 비롯해 변액보험·퇴직연금 등의 보험료가 줄면서 매출이 뒷걸음질했다.

반면 손보사 보험료는 1년 새 5조929억원 증가한 125조2107억원이었다. 장기·자동차·일반보험 등이 고르게 늘면서 생보사와 자리바꿈했다. 손보사의 보험료 수입이 생보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3대 경영 지표 중 생보사 비중이 매우 큰 자산을 빼면 모두 손보가 추월하게 됐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분기별로는 생보·손보사 수입보험료가 뒤집힌 적 있지만, 연간 기준으론 처음이다. 그만큼 업계 구도가 달라진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손보사보다 성장이 정체된 생보사의 위기감은 큰 편이다.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확대 등으로 생보사가 주력으로 삼는 생명보험 상품 가입 등이 주춤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성장성이 떨어지는 생보업계는 헬스케어·요양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추진하는 한편, 동남아 등 해외 진출 확대도 꾀하고 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 19일 간담회에서 "생명보험산업이 위기 상황"이라면서 "연금 시장 내 생명보험 역할 강화, 제3보험(질병·상해나 간병에 금전 등을 지급할 것으로 약속하고 계약하는 보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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