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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 산업스파이 최대 18년, 미성년자 마약범 최대 무기징역

중앙일보

입력

이상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제130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이상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제130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하는 소위 ‘산업스파이’에 대해 최대 징역 18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양형기준안이 확정됐다. 최대 징역 5년까지 가능하게 한 신설 스토킹범죄 양형기준과, 미성년자를 상대로 마약범죄를 한 경우에는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게 한 마약범죄 양형기준도 올해 7월부터 적용된다.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상원)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스토킹범죄, 마약범죄에 대한 수정양형기준을 심의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1월 만든 양형기준안을 놓고 공청회 등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일부 수정해 최종 확정한 내용이다. 오는 7월 1일 이후 기소되는 사건부터 적용된다.

‘기술침해범죄’ 새 분류 만들었다… 최대 18년까지도 

양형위는 그간 ‘지식재산권범죄’로 분류·설정돼있던 양형기준을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로 수정했다. 지식재산권범죄와 기술침해범죄의 보호법익에 다소 차이가 있어, 기술침해범죄를 독립된 범죄유형으로 분리하고 특수성에 맞는 합리적인 양형기준을 별도로 두기 위함이다.

기존에 기술유출범죄를 처벌하던 ‘영업비밀 침해행위’ 양형기준도 기존 최대 6년에서 8년으로 상향했다. 또 국가핵심기술을 국외로 빼돌린 경우 최대 12년, 여기에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사람이거나, 계획적‧조직적 범행, 동종 누범일 경우 등 특별가중요소를 더하면 최대 18년까지도 가능하게 했다. 일반 산업기술의 경우 국외침해는 최대 15년, 국내침해는 최대 9년까지도 가능하다. 1월에 나온 양형기준안보다 특별가중인자 중 ‘피해자(권리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와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의 범위를 넓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집행유예 주요 참작사유에서 제외하는 등 처벌의 폭을 넓혔다. 다만 ‘미필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를 집행유예 주요 참작사유로 추가해 비교적 경미한 범행 등을 처벌할 때 집행유예를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스토킹 최대 5년 권고 신설… 접근금지 위반도 실형 가능

신설된 스토킹범죄 양형기준도 확정됐다. 흉기 등을 소지한 채 벌인 스토킹범죄는, 특별가중요소를 포함하면 최대 5년까지, 일반 스토킹범죄는 최대 3년까지가 권고형량이다.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위반한 경우도 최대 징역 2년을 권고했다. 법정형은 낮지만,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고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조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장기간에 걸친 범행, 비난할만한 범행동기,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동종전과가 있는 경우 등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때는 ‘징역형을 권고한다’고 못박았다. 이때 ‘심각한 피해’에는 피해자가 이사를 하는 등 학업‧생계‧생활 등을 변경하는 경우를 포함시키고, ‘동종전과’에는 스토킹범죄뿐 아니라 같은 피해자에 대한 폭력‧주거침입‧성범죄 및 약취‧유인범죄 등 연관된 범죄도 아울러 넣었다. 통상 신체‧정신 장애, 연령 등으로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외에도 ‘조직이나 단체 내 계급‧서열‧지휘관계 등으로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인 경우도 특별가중인자로 포함했다.

재판 과정에서 ‘기습 공탁’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형이 감경되는 걸 막기 위해 감경인자 중 ‘공탁 포함’ 문구도 모두 삭제했다. 양형위원회는 “공탁은 피해회복 수단에 불과한데, 마치 공탁만 하면 당연히 감경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대량 마약범 최대 무기징역

2018년 서울지방경찰청이 필로폰 밀수조직으로부터 압수한 필로폰. 중앙포토

2018년 서울지방경찰청이 필로폰 밀수조직으로부터 압수한 필로폰. 중앙포토

폭증한 마약범죄에 걸맞게 마약범죄 양형기준도 기존보다 높였다. 미성년자에 대한 마약범죄를 막기 위해 새로 만든 ‘미성년자에 대한 마약 매매‧수수’ 유형은 일반 매매‧수수범보다 권고형량이 대체로 더 높고, 영리목적이거나 상습범의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권고한다. 특히 미성년자는 신뢰관계를 이용한 범죄에 더 취약한 점을 감안해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일반가중인자로 새로 추가했다.

대규모 마약범에 대한 처벌도 높인다. 기존 대량범은 최고 15년까지가 권고형량이었지만, 범죄금액이 10억원이 넘는 경우 별도의 유형을 신설해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게 했다. 10억원어치의 마약은 필로폰 약 10kg(약 33만회 분량), 헤로인 약 12kg이다. ‘첫 마약’, 소위 ‘게이트웨이 드러그(Gateway Drug)’ 불리는 대마 수출입죄‧투약‧단순소지 등 초기단계 마약범에 대한 권고형량도 전반적으로 높였다. 마약을 이용한 추가 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 범죄 목적으로 또는 상대의 동의 없이 투약시킨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거나 장기간, 반복적 범행 등을 특별가중인자로 뒀다. 양형위는 “최근 마약류 확산세 및 10대 마약범죄 증가 추세에 대한 사회적 우려, 마약범죄의 대량화 추세를 반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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