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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분양 80억' 부산 펜트하우스, 공시가 뚜껑 열어보니 17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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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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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주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주택·연립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이 베일을 벗었다. 최근 몇 년간 급등과 급락의 롤러코스터를 타다 보니 올해 변동률이 좀 밋밋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다행스럽다. 가계에 미칠 공시가격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세금·건강보험료·연금·재건축부담금 등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된 60여 가지 행정의 기초자료로 쓰인다.

올해 공시가격 열람 분위기가 대체로 차분하지만, 지역에 따라, 단지에 따라 이변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하락률 1위가 올해 상승률 1위로 반전하고 공시가격 톱10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공시가 1, 2위 논란도 눈길을 끈다.

1523만 공동주택 공시가 열람
시세 내려도 실거래가 오른 탓
부산 펜트하우스 분양가의 20%
청담동서 1, 2위…차이는 40억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3.25% 오른 가운데 송파구 10.09%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사진은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3.25% 오른 가운데 송파구 10.09%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사진은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송파구, 서울 공시가 상승률 1위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전국 공동주택 1523만 가구(아파트 1240만 가구)의 올해 공시가격안 열람과 의견 청취를 진행하고 있다.

공시가격 변동률 통계와 가격을 보면 실거래가에 좌우된 것으로 나타난다. 전국 기준으로 지난해 아파트 시세 통계와 실거래가 통계가 각각 하락(-4.8%)과 상승(2.3%)으로 엇갈렸는데 올해 공시가격 변동률은 실거래가를 닮아 1.5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실거래가가 하락하고 시세는 상승했는데 다음 해 공시가격은 내렸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매도자 중심의 호가나 중개업소 추정 가격 등 흔히 말하는 시세보다 매도자·매수자가 합의 가격인 실거래가가 공시가격 산정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산정 가이드라인인 국토부의 공동주택가격 조사·산정 업무 요령에도 가격 적정성 제고를 위해 '실거래가격 수준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명시돼 있다.

서울에서 공시가격이 지난해 가장 많이 내렸던 송파구(-23.21%)가 올해 상승률 1위(10.09%)를 기록한 것도 실거래가가 14% 뛴 덕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이 서울에서 2022년 4분기(10~12월) 대비 지난해 4분기 실거래가 상승률 상위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10개 중 7개가 송파구였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리드는 “송파구의 잠실 일대 아파트가 2022년 급락했다가 지난해 크게 반등했는데 기저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갤러리아포레·아크로리버파크 10위권 재진입

실거래가는 물량이 극소수이고 거래도 거의 없는 펜트하우스(꼭대기 층 고급주택) 초고가 주택의 공시가격 산정에 결정적이다. 올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갤러리아포레 271㎡(이하 전용면적, 77억6900만원)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234㎡(74억9800만원)이 각각 올해 공시가격 7,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갤러리아포레는 2018년 이후 6년 만에, 아크로리버파크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10위권에 돌아왔다.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12억원가량씩 오르며 각각 18%, 20% 상승했다. 10위권 평균(8.6%)의 2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지난해 갤러리아포레 241㎡ 실거래가가 1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억원 넘게 오르고, 아크로리버파크 234㎡가 2016년 준공 이후 첫 거래에서 110억원에 팔린 덕이다.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 기대 이하의 가격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달 부산에서 3.3㎡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분양돼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말 준공한 수영구 민락동 테넌바움294로 꼭대기 층(38~39층) 141㎡ 분양가가 80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바다 조망권을 반영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꼭대기 층을 제외하고도 고층과 저층으로 나눠 분양가를 3.3㎡당 5200만원과 3300만원으로 차등 적용했다.

하지만 공시가격 뚜껑을 열어보니 분양가보다 턱없이 낮았다. 꼭대기 층이 16억8800만원으로 분양가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분양 성적이 좋지 않아 분양가보다 주변 시세를 반영해 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청약 접수 때 141㎡ 청약자가 없었고 고층 99가구 모집에 22명만 청약해 대거 미달했다.

더 넓은 신축인데 공시가는 40억 저렴

올해 공시가격 1위가 구설에 올랐다.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 20층 407㎡가 164억원으로 2021년부터 4년째 1위를 차지한 데 대해 일부에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2위에 오른 에테르노청담 꼭대기 층(128억6000만원)이 같은 청담동 내 비슷한 입지여건에서 집 크기가 훨씬 더 큰 신축이기 때문이다. PH129가 2020년 말 준공했고 에테르노청담은 지난해 말 사용승인을 받았다. 에테르노청담 전용면적(464㎡)이 PH129보다 60㎡ 가까이 더 크다. 대지지분이 PH129 128.5㎡, 에테르노청담 210.69㎡다. 대지지분의 올해 공시지가가 PH129 36억원, 에테르노청담 45억원이다. 공사비도 에테르노청담이 3.3㎡당 1400만원으로 PH129(1100만원)보다 훨씬 비쌌다. 시공사는 둘 다 같은 현대건설이다.

한강을 바라보고 들어선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 청담동 PH129.

한강을 바라보고 들어선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 청담동 PH129.

실거래가는 비교할 수 없다. PH129 거래가 2022년 273㎡ 145억원 이후 끊겼고 에테르노청담은 아직 거래 개시 전이다. 매물 호가는 PH129 273㎡가 90억~100억원이고 에테르노청담 230㎡와 255㎡ 미분양분이 각각 220억원, 320억원에 나와 있다.

업계는 분분하다. 에테르노청담이 PH129보다 비싸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에테르노청담이 물리적인 면에서는 낫지만 한강 조망권은 PH129에 뒤진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PH129의 조망권 가치를 높게 보더라도 공시가격이 40억원 정도나 차이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테르노청담 층별 공시가격도 의아스럽다. 대개 층이 올라갈수록 조망권 가치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공시가격이 비싸다. 청담동 등 한강 조망이 좋은 지역에선 더 하다. PH129 273㎡ 18층 공시가가 102억6000만원으로 2층(59억5400만원)의 2배에 가깝다. 2개 층마다 5억원 정도씩 올라갔다. 하지만 에테르노청담은 6~16층 공시가격이 62억700만원으로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