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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4개월만에 최저치…내수 시장 부진 길어진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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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올해 들어 중국 위안화 가치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5일 위안화는 중국 역내시장에서 연초(달러당 7.1132위안)보다 달러당 0.0983위안 하락한(환율은 상승) 7.2115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2일엔 심리적 저항선인 7.2위안을 뚫고 달러당 7.2290위안까지 미끄러졌다. ‘1달러=7.2위안대’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11월 17일(7.2112 위안) 이후 넉달여 만이다.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는 건 내수 시장이 부진한 영향이 크다. 시장에서 중국 정부가 경기 부진을 털어내고 5% 안팎의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통화완화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는 1~2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7.4% 상승률(전년 대비)과 비교하면 둔화했다. 특히 1~2월 부동산 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 감소했다.

중국을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의 대중국 직접 투자액은 300억 달러(약 40조원)로 1년 전보다 82% 감소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2월 외국인의 대중국 직접 투자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했다.

달러 강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점도 위안화 가치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는 한국시간으로 25일 오후 4시 104.36을 나타냈다. 연초 대비 2.1% 상승했다. 미국 경제 성장세가 시장 예상보다 견조한 영향이다.

이에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 위안화 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화폐가치가 낮고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해 이익을 내는 게 캐리 트레이드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글로벌 신흥시장의 캐리 트레이드 조달 통화로 위안화가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위안화가 지난해 연저점인 ‘1달러=7.34위안대’까지 하락할지 가늠할 변수는 당국의 ‘위안화 고시’와 ‘구두개입’이다. 25일 위안화 약세 속도가 늦춰진 것도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1% 절상해 고시해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기 부진으로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3위안 선을 위협할 것”이라며 “중국 특성상 당국 개입으로 작년 연저점을 뚫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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