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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점심 걱정 덜어주는 광주 서구 ‘천원국시’ 5호점 오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천원국시가 생겼네요. 이젠 매일 점심 준비를 안 해도 되겠어요.”

지난 21일 낮 12시20분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2동 ‘천원국시’ 5호점. 56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리를 잡지 못한 손님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하루 100그릇만 판매하는 국수는 점심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절반 이상이 팔렸다. 국시는 전라·경상·강원도 등에서 쓰는 국수의 방언이다.

광주 서구가 추진하는 ‘천원국시’ 사업이 주민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서구는 지난해 3월 양동시장에 ‘천원국시’ 1호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풍암동·화정4동·상무1동 등 5곳에 가게를 오픈했다. 점포당 5000만원 정도를 들여 기존 가게를 음식점으로 리모델링했다.

천원국시는 노인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서구시니어클럽이 운영하고 있다. 점포마다 20명씩 총 100명의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생겼다.

마을별 특성을 반영한 천원국시는 지점마다 판매 대상자가 다른 게 특징이다. ‘양동 전통시장 활성화’ 1호점은 50세 이상, 또는 시장 이용객에게만 국수를 1000원에 판다. 나머지 손님은 3000원을 내야 한다.

‘나눔 문화 확산’ 2호점은 원룸 밀집지역에 있어 60세 이상 또는 20세 이하, 저소득층 등이 1000원 판매 대상자다. ‘청소년 꿈 터’ 3호점은 청소년시설이 다수 있어 18세 이하 청소년과 60세 이상이 1000원에 국수를 먹을 수 있다. ‘가치(같이) 나눔’ 4호점은 65세 이상 또는 40세 이상 혼자 사는 주민에게 제공한다.

지난 20일 문을 연 ‘천원국시’ 5호점은 65세 이상 또는 2인 이상 가족에게만 1000짜리 국수를 판다. 5호점에서는 ‘이순신 커피’도 판매한다. 100원짜리 동전에 이순신 장군이 새겨져 있는 점에 착안한 명칭이다. 가게 문을 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이날 5호점에는 오전에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다 온 어르신 단체 손님이 많았다. 가게 옆집에 사는 박영란(85·여)씨는 “1000원국수를 먹으러 양동까지 멀리 다녀올 필요가 없게 됐다”며 “이웃들도 ‘이제 매일 남편 점심밥 안 차려줘도 되겠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기존 상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취약계층 수요가 많은 곳을 찾아 올해 말까지 8호점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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