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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 "대미 무역수지 정점 찍었다…트럼프 당선 대응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스1

지난달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스1

지난해 정점을 찍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앞으로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향후 미국 경기 둔화가 예상돼 수출 증가세가 약화하고,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수입이 증대돼 흑자 폭이 감소할 것으로 보여서다.

산업연구원은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원인의 구조적 분석과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산업연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코로나19 영향이 해소된 2021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엔 전년(279억 달러)보다 59.5% 증가한 445억 달러(약 60조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미국이 21년 만에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역대급 흑자를 기록할 수 있던 배경에는 코로나19 전후로 대미 무역에 있어 구조변화가 발생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산업연은 수출에선 미국의 소득 수준에 비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0년 2월 이전에는 미국 소득이 1% 증가할 때 한국의 수출이 1.54%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이후엔 같은 조건에서 수출이 2.26% 증가했다. 변창욱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 미국에 많은 돈이 풀려 소비 여력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이 대폭 늘었다”라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한국의 대미 수입이 감소한 부분에선 '유가 하락'과 '미국의 물가 상승' 영향이 두드러졌다고 봤다. 김정현 산업연 전문연구원은 "2021년 2월 이후 미국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부담이 커진 국내 기업들이 대미 수입 자체를 줄여 수입액이 줄었다"며 "2022년 이후 유가가 낮아졌는데, 통상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한국의 대미 에너지 수입액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연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해 정점을 찍고 앞으로는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향후 미국 물가 하락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대미 수입액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경기 둔화로 대미 수출 증가세는 약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더불어 오는 11월 예정된 미 대선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선 "트럼프 후보는 보편적 관세 등 자국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무역 적자를 낮추기 위해 무역장벽 강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통상 부문 주요 공약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요인들과 충돌하기에 무역수지 결정에 많은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연은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역 흑자 규모 등을 토대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각종 무역 제재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점을 꼽으며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미국 주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지난 18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500억 달러이기 때문에 한국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미국과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를 싫어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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