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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주 후반인데…벌써부터 일정 공개 '분주한 이종섭'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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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대사가 부임 11일 만에 귀국한 본래 목적인 '방산협력 공관장회의'가 25일부터 시작됐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그런데 각 부처 장관과 해당회의에 참석하는 6개국 공관장이 모이는 본회의는 주 후반에야 예정돼 있다. 이 대사의 국내 체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한 주 전체를 회의 기간으로 늘려 잡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종섭 주 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이종섭 주 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스1.

방사청장 면담…"연일 공무 중"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은 닷새 간의 회의 1일차로 이 대사는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을 면담했다. 의제는 지난해 4월 공개된 호주의 새로운 국방 전략에 대응한 한국의 방산 수출 방안 등이다. 앞서 이 대사는 귀국 당일인 지난 21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22일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 이 때문에 일정보다 먼저 들어온 것도 '공무상 일시 귀국'으로 인정됐다.

이 대사의 귀국 당일인 지난 21일만 해도 "공관장의 개별 일정까지 확인해줘야 할지 의문"이라던 외교부는 이 대사의 국내 체류 명분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 이 대사의 일정을 광고라도 하듯 상세히 알리고 있다.

26일에는 이 대사를 포함한 공관장들이 주요 방산 기업을 방문해 무기 체계의 운용 현황을 시찰하는 일정이 예정돼 있다. 이번 공관장회의에는 이 대사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주재 대사가 참석한다.

그러나 정작 외교·국방·산업부의 3개 장관과 6개 공관장, 방사청장까지 한 데 모이는 본회의는 한 차례, 그것도 주 후반에야 열린다. 그런데도 해당 주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전부를 회의 기간으로 잡은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단체로 방산 현장 시찰에 나서는 것 외에는 개별 공관장마다 각자의 일정대로 움직인다. 이를 굳이 하나의 회의로 묶을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이 따라붙는 이유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방산 협력 공관장 회의라는 큰 틀 안에서 면담, 유관 기관 방문, 시찰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일반적인 전체 공관장 회의도 전체 다 모이는 일정과 나눠서 하는 일정이 있다"고 말했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종섭 주호주대사 구속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종섭 주호주대사 구속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각종 일정 '영끌'…닷새짜리 회의로

그러나 전체 167개 재외 공관을 대상으로 하는 연례 공관장 회의의 경우 첫날부터 참석 공관장이 모두 외교부 청사에 모여 장관 주재 개회식에 참석한 뒤 강연, 국정원 견학 등 대부분 단체 일정을 사나흘에 걸쳐 소화한다. 조 장관은 이날 회의차 귀국한 주폴란드 대사를 만나고 26일에는 주UAE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만나는데, 애초에 지휘 관계가 명확하니 이를 특정 목적의 면담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와 방사청을 넘어 방산협력이 논의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의 외교적인 노력도 겸비돼야 하기 때문에 공관장들이 들어와 관련 장관들과 다양한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복귀는 미정…외교 결례 논란

이 대사의 복귀 시점은 여전히 미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호주 외교·국방 2+2회의 준비 일정이 있어서 이 대사가 언제 출국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일시 귀국 후 별도의 허가를 받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 대사가 호주에 부임한지 11일만에 본국으로 돌아와 일정도 특정하지 않고 체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써 유력한 '총선 뒤 복귀' 시나리오로 호주에 양해를 구하는 것도 국내 정치적 상황을 외교와 결부하는 또다른 결례가 될 수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 대사의 조기 귀국 명분으로 회의가 급조된 것이라면 회의 참석 대상이 된 5개국 대사들의 임무에도 지장을 준 게 된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20일(현지시간) 대선 결과가 발표됐지만 패배한 후보가 재선거를 요구하는 등 선거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 주재국 동향 수집이 긴요한 때다. 카타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이뤄지는 장소라 정세 파악이 긴요하다. 폴란드는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로 우크라이나전 전황이 격화하자 24일 동부 국경지대에 군 병력을 추가 배치하기로 하는 등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소집된 공관장들이 현지에서도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재외 공무원 복무 규정에서 공관장은 공무가 아닐 경우 1년에 20일 이내로만 귀국하도록 엄격히 제한을 둔 것도 이런 배경이다. 공관장들은 다음 달 22일부터 나흘 동안 연례 공관장회의를 위해 또 귀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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