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억대 연봉' 시대…100대 기업 절반이 평균 1억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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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안덕근 산업부 장관, 윤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대통령실 제공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안덕근 산업부 장관, 윤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 중 절반 정도는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 직원의 근로소득 격차는 더 커졌다. 낮은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빠르게 올라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매출 100대 비금융 상장사 중 48개사는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 이상인 ‘1억원 클럽’에 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에는 연간 급여와 상여금,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이익 등이 포함돼 있다.

‘1억원 클럽’ 기업은 2019년 9개사에서 2020년 12개사, 2021년 23개사, 2022년 35개사로 매년 늘고 있다. 물가 상승과 함께 기업 실적이 좋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은 지난 2022년 화물운송 실적에 힘입어 당시까지 역대 최대 매출액인 13조412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3월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그 결과 2023년 연봉에서 처음으로 ‘1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매출이 높은 기업들은 대체로 직원 연봉도 높다. 매출 상위 10대 기업은 모두 ‘1억원 클럽’에 들었다. 삼성전자가 1억2000만원, 현대차 1억1700만원, 기아 1억2700만원, LG전자 1억600만원 등이다.

S-Oil 연봉 1억7300억원으로 1위

업종별로 보면 전통적으로 고연봉 기업으로 분류되는 정유·가스 등 에너지 기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높았다. 에쓰오일(S-Oil) 1억7300만원, SK이노베이션 1억5200만원, E1 1억4800만원이었다. 에쓰오일은 직원 수 1000명 이상 상장사 중 직원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다만 이 회사 직원 연봉은 2022년에 비해 186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54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2022년보다 2조원 넘게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매출 100대 기업 외에도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기업이 많이 나왔다. 에코프로그룹 중 하나로 2차전지 핵심소재인 하이니켈 전구체를 만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직원들이 평균 2억12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이 회사가 상장할 당시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영향이다. 또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1억700만원)와 펄어비스(1억90만원),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1억원) 등도 직원 연봉이 1억원이 넘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대기업의 고연봉은 직장인들에겐 부러움을 사지만 중소기업과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소득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 평균 월 소득은 591만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286만원)보다 2.07배 높았다. 통계청 기준 대기업은 통상적인 대기업 개념보다 범위가 넓다. 예컨대 전자부품 제조업의 경우 연 매출 1000억원만 넘으면 통계청은 대기업으로 분류한다. 그런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득 격차가 작지 않게 나온 것이다.

대기업 월급, 중소기업의 2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2일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누적된 고율 임금인상에서 비롯된 임금 격차가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를 유발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회원사들에게 ‘고임금 대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실적이 좋은 기업의 경우 일시적 성과급 형태로 보상하되, 사회적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는 과도한 성과급은 자제해달라”는 것이다. 경총은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 대신 청년 고용 확대와 중소협력사 경영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요기업 CHO(최고인사책임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요기업 CHO(최고인사책임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금 상승 추세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4.7달러의 76.3%에 그친다. 37개 회원국 중 33위다. 독일(88.0달러)이나 미국(87.6달러)의 56%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국가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정도다. 경총이 최근 발표한 ‘한일 임금 현황 추이 국제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일본(30위)보다 노동생산성에서 뒤처지지만 10인 이상 기업 근로자의 월 임금은 2022년 기준 399만8000원으로 일본(379만1000원)을 앞질렀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지나치게 높아진 대기업 임금을 안정시키지 않고서는 노동 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가 어렵다”며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낮은 노동생산성을 끌어 올려야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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