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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정희 核저지' 롤리스 "한·일에 신형전술핵 협력배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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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리처드 롤리스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프레스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지수 캐리건 중앙일보 코디

리처드 롤리스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프레스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지수 캐리건 중앙일보 코디

“미국의 ‘확장억제’만으로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에) 불충분합니다. 한국과 일본에 신형 전술핵을 협력배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듀얼키’를 공유(미국과 동맹국 간 핵 발사 권한 공유)하는 해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의 아시아 핵안보 정책을 총괄했던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은 22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간 탄도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뿐 아니라 작전상 공동 협력, 통합 방어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밝혔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아·태 국방안보정책 핵심 자문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군사 전문가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미 중앙정보국(CIA) 한반도정보 담당으로 일하던 1974~1976년에는 박정희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한 핵개발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한 첩보활동에 참여했는데, 그런 그가 이제는 ‘전술핵 한·일 협력배치론’을 편 것이다.

그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로 인해 트럼프와 참모들은 북한을 빨리 만나려 할 것”이라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미국과 직거래 중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단시간 내 협상을 타결하려 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국방부 부차관으로 재임 중이던 2009년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올리지 않으면 미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고, 결국 한·미 동맹에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등 이미 10여 년 전부터 ‘원조 트럼피즘(트럼프주의)’ 격으로 해석될 만한 정책을 지지한 인물이다. 하지만 ‘호혜적인 동맹의 책임’ 이행을 고수하는 전통적인 공화당 안보론자로, 누구보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중시하는 ‘지한파’로도 평가받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간단계론 위험…北 절대 핵포기안해”

리처드 롤리스(오른쪽)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프레스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지수 캐리건 중앙일보 코디

리처드 롤리스(오른쪽)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프레스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지수 캐리건 중앙일보 코디

트럼프 재집권시 대북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보는가.
“지난 3~4년간 북한은 핵 능력 개발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트럼프는 (대화를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을 것이고 참모들도 ‘빨리 북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조언할 것이다. ‘하노이 노 딜’ 때는 준비도, 실행도 미흡했다. 다음번에는 훨씬 더 신중할 것이고 북한도 그럴 것이다.”
미라 랩-후퍼 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중간 단계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는데.
“북한에 제재 완화를 제공했음을 의미하는데 북한은 얻을 수 있는 것을 계속 취하려 할 것이므로 중간 단계는 그 자체로 위험하고 비생산적이다.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비핵화는 인식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비핵화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문제다. 북한은 핵 능력 일부는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ICBM만 들어내는 식으로 핵 능력 일부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전한 비핵화 개념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북 핵보유 인정 불가’ 어리석은 말”

북한의 핵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은 이미 핵 능력을 보유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리가 좋든 싫든 북한은 그 전제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핵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전제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말이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한국의 역할은.
“한국 정부의 역할은 (미국과) 사전에 협의하고, 협상 매순간에 협의하는 것이다. 한국은 거부권은 없지만 발언권은 있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이 한국과 일본을 같은 배에 태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07년 6월 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중회의실에서 열린 한ㆍ미 제13차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 참석한 리처드 롤리스(왼쪽 셋째) 당시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 중앙포토

2007년 6월 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중회의실에서 열린 한ㆍ미 제13차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 참석한 리처드 롤리스(왼쪽 셋째) 당시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 중앙포토

“미 전술핵 한·일 협력 배치 멀지 않을 것”

북한 핵위협에 대한 한국 내 우려가 크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래서 다른 옵션을 신속하게 검토하고 전환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에 신형 전술핵무기를 협력 배치하는 해법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북의 선제공격, 심지어 핵공격도 괌에서 있을 것이다. 일본도 대상이다. 미국이 나토에서 독일과 했던 ‘듀얼키’ 방식으로 한국과 일본에 중거리 핵전력 수준의 전술핵 미사일 배치를 결정해야 한다.”  

“동북아사령부 창설 가능성 배제 안해”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이른바 ‘동북아사령부’를 독립해 창설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대북 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우리는 인태사령부, 한국, 일본을 더 깊게 통합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상황을 맞게 되나.
“중요한 것은 한국 방어에 필요한 유엔 기지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인데, 일본이 한국 방어를 위해 지상에 군대를 배치할 필요는 없다. 탄도미사일 방어망의 통합 구축이 필요하다. 미사일 방어 정보의 실시간 공유뿐만 아니라 작전적으로 통합된 탄도미사일 방어 및 공동 협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유사시 북한의 첫 번째 발사체는 오산, 군산 공군기지가 표적이 될 것이고 동시에 일본 미사와, 요코타 공군기지, 괌, 오키나와로 발사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7년 6월 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중회의실에서 열린 한ㆍ미 제13차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 참석한 리처드 롤리스(오른쪽 둘째) 당시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 중앙포토

2007년 6월 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중회의실에서 열린 한ㆍ미 제13차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 참석한 리처드 롤리스(오른쪽 둘째) 당시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 중앙포토

“미군 한반도 병력 철수 매우 어려울 것”

트럼프 재선시 주한미군 철수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 일부 철수라는 선의를 보이라고 요구할 수 있다.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측근들이 ‘그건 정말 나쁜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켜봐야 한다.”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시 등에 대비한 역할 변화가 있을 수 있나.
“대만 유사시 북한이 대담하게 행동할 것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은 어려울 것이다. 우리 작전 계획이 어떻게 돼 있든 한국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나토 탈퇴 위협은 일벌백계 전략”

트럼프의 나토 탈퇴 가능성은.
“트럼프 주변 사람들은 그의 나토 탈퇴 위협이 협상전략의 일부일 뿐 진심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 트럼프는 중국 속담을 빌리자면 원숭이를 겁주기 위해 그 앞에서 닭 목을 치는 것이다. 이런 비유를 써 미안하지만 ‘일벌백계’ 전략이다.”
리처드 롤리스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이 박정희 정부 시절 추진한 핵개발 프로그램과 미 CIA 등의 저지 활동을 다룬 저서 『Hunting Nukes』. 2023년 1월 출판됐다.

리처드 롤리스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이 박정희 정부 시절 추진한 핵개발 프로그램과 미 CIA 등의 저지 활동을 다룬 저서 『Hunting Nukes』. 2023년 1월 출판됐다.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①미국을 겨냥한 직접 도발로 당연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 될 것이다. ②제7차 핵실험인데 핵무기 개량 실험 또는 위력이 가장 큰 중성자폭탄 실험 가능성이 있다. ③국지적 도발로 서해 무인도 등을 무력 점령할 수 있다. 가능성이 높은 건 ①번이다.”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곧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6개월 이내 조 바이든 행정부 기간에 신속하게 합의되길 바란다. 현 정부가 그 합의를 마감하고 다음 정부에 완성된 문서로 넘겨줄 수 있어야 한다.”
책 『Hunting Nukes』에서 박정희 정부의 핵개발 저지 과정을 다뤘다.
“박 전 대통령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했거나 우리가 막지 않았다면 한국은 지금과 같은 평화적인 원자력에너지 수출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만일 한국이 다시 핵무기 개발의 길을 선택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놀라운 경제 역량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한국의 뜻밖의 결정으로 그 놀라운 산업 역량이 손상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리처드 롤리스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프레스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지수 캐리건 중앙일보 코디

리처드 롤리스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부차관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프레스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지수 캐리건 중앙일보 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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