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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깜짝인하, 미·EU 6월 유력…주요국 ‘고금리와 작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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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리 수퍼위크’ 결산

‘고금리와의 작별에 다가섰다’. 전 세계 21개국이 기준금리를 결정한 ‘금리 수퍼위크’(18~22일)를 요약한 결과다. 그동안 고물가에 대응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이어온 각국 중앙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스위스가 선제적인 금리 인하에 나섰고 미국·영국 등도 6월 인하에 가까워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의 전쟁 대신 인하 폭·시기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국가가 기준금리를 결정했다. 여기엔 10대 통화국 중 6곳(미국·일본·중국·영국·스위스·호주)이 포함됐다. 세계 경제의 향방을 알려준 ‘금리 수퍼위크’인 셈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뚜껑을 열어보니 각국이 금리 인하로 돌아서는 속도가 당초 시장 전망보다 빨라졌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스위스가 금리를 인하한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그 배경엔 물가 안정이 있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낮춘 SNB 측은 “지난 2년 반 진행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국가도 인하 대열에 가세했다. 같은 날 중남미 지역 2위 경제국인 멕시코는 기준금리를 11.25%에서 11%로 인하했다. 멕시코의 금리 인하는 3년 만이다. 중남미에서 가장 ‘매파’(통화 긴축)적으로 평가받는 멕시코 중앙은행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브라질·파라과이 등도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시장에서 6월 인하가 유력했던 스위스가 주요 선진국 중 먼저 ‘깜짝 인하’에 나섰다는 의미가 크다. 각국의 물가 변수는 여전히 살아 있지만, 경기 부양 등을 위한 피벗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걸 보여줘서다. 필리프 힐데브란트 블랙록 부회장(전 SNB 총재)은 “(스위스의 기준금리 인하는) 우리가 전환점을 돌았다는 걸 전 세계에 알려준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리를 동결한 국가들도 상반기 내 인하 가능성에 무게추가 쏠린다. 연초 물가가 강세를 보인 미국은 시장 예측과 달리 연내 3차례 인하 계획을 유지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울퉁불퉁한’ 물가에 대한 인내심을 보여주는 등 비둘기를 날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약 76%(한국시간 24일 정오 기준)로 일주일 전 59%에서 크게 올랐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통화정책위원 9명 중 8명이 동결, 1명이 인하에 손을 들었다. 금리 인상 의견이 사라진 건 2021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영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면서 시장에선 6월 인하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그간 매파 성향이 짙었던 호주 중앙은행은 3연속 동결을 이어가는 한편 긴축 기조 종료를 시사했다.

앞서 이달 초 금리 동결에 나섰던 유로존도 경기 둔화 압박 속 6월 금리 인하에 가까워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0일 컨퍼런스에서 “3월 예측에서 제시한 인플레이션 경로가 유효한지를 6월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등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저금리 시대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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