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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실책한 후배 불러 세웠다…"기죽지 마, 고개 들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가 못 막아줘서 미안하다고, 고개 들고 하라고 했어요."

류현진이 24일 잠실 LG전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이 24일 잠실 LG전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다. 뉴스1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36)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4188일 만에 KBO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메이저리그(MLB)에서 11년을 뛰고 온 '제구 아티스트' 류현진의 복귀전에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류현진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 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불운이 따랐던 건 사실이다. 류현진은 2-2로 맞선 4회 2사 1루에서 신민재를 2루수 쪽 땅볼로 유도했다. 그런데 이때 한화 2년 차 2루수 문현빈이 타구를 잡지 못하고 뒤로 빠트렸다. 이닝이 끝났어야 할 상황이 2사 1·3루 위기로 이어졌다. 흔들린 류현진은 연속 적시타를 맞고 3점을 더 내줬다. 호투하고도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해 애를 먹었던, '과거의 류현진'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4회가 종료되고 야수들이 더그아웃에 돌아오자마자 문현빈을 불러세웠다. 프로에서 날개를 펴야 할 젊은 후배가 행여 미안한 마음에 주눅이라도 들까 염려해서다. 류현진은 24일 "현빈이에게 '내가 (후속 타자들을) 못 막아서 미안하다'고 했다. 실책 후에 대량실점을 해서 기가 죽어 있을까봐 '고개 들고 하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자책하고 있었을 문현빈에게는 큰 위안이 될 한마디다.

류현진이 23일 잠실 LG전에서 4회 5실점(2자책점) 한 뒤 아쉬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이 23일 잠실 LG전에서 4회 5실점(2자책점) 한 뒤 아쉬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은 복귀전에서 고전한 원인을 '야수 실책'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찾았다. 그는 "직구가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마지막에 가운데로 몰리면서 맞아나간 것 같다. 변화구 제구도 아쉬웠다"며 "컨디션이 아무리 좋아도 역시 투수는 제구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낀 경기였다"고 돌이켰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평소보다 빠른 시속 150㎞까지 나왔지만, 류현진은 거듭 "구속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시속 150㎞를 던져도 (제구가 안 되면) 한국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좋아서 소용 없다. 반면 시속 140㎞대 초반이 나와도 제구 코너워크가 된다면, 좀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첫 경기에서는 예방 주사를 한 번 맞았다고 생각하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류현진이 23일 잠실 LG전에서 4회 5실점(2자책점) 한 뒤 아쉬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이 23일 잠실 LG전에서 4회 5실점(2자책점) 한 뒤 아쉬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KT 위즈와의 홈 개막전에서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을 한다. 그는 "23일 경기는 한 시즌의 첫 게임이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성적으로는 그렇지 못했지만 긴장했었던 것 같다"며 "홈 개막전에서는 좀 더 제구에 신경 쓰고 투구 수 관리부터 잘해야 할 것 같다. 선발 투수 역할을 다 해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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