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갭 투기 의혹으로 제명과 함께 공천이 취소된 더불어민주당 세종갑 이영선 후보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적막감만 맴돌았다. 24일 오전 11시 30분쯤 문을 잠그고 5층 선거 사무실을 나오던 관계자들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갔다. 같은 건물 2층 사무실 앞엔 ‘필승을 기원한다’는 리본을 건 화분 몇 개만 남아 있었다. 하루 전인 23일 오후 3시 열린 개소식에 맞춰 종친회와 동문회 등이 보낸 것들이었다.
건물 1층에서 만난 시민들은 “어이가 없다. 유권자를 무시하지 않고는 어떻게 이런 후보를 공천할 수 있느냐”고 화를 냈다. 또 다른 시민은 “(이영선 후보가) 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세종갑 시민들 "유권자 무시한 민주당의 공천"
민주당은 지난 23일 밤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이재명 당 대표가 세종갑 이영선 후보를 제명하고 공천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천 검증 과정에서 이 후보가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고 갭 투기를 한 의혹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영선 후보가 재산 보유 현황을 당에 허위로 제시, 공천 업무를 방해했고 이를 ‘당헌과 당규를 위반한 중대한 해당 행위’로 판단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이미 후보 등록을 마친 상황에서 의석 손실을 감수하고 제명과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1~22일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돼 민주당은 세종갑에 후보를 낼 수 없다.
이영선 후보는 지난 21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면서 재산이 1억1962만2000원이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 4채와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임차권 1건 등 모두 38억287만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145.82㎡)와 인천 서구 검단로(74.93㎡), 인천 서구 검단로(84.72㎡), 세종시 반곡로(84.45㎡) 등이다. 이 가운데 세종의 아파트는 본인 단독, 나머지 3채는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다.
수원·대전 등에 아파트 4채, 오피스텔 6채 보유
오피스텔은 경기 화성 동탄대로(65.51㎡), 경기 수원 영통 대학로(39.50㎡), 경기 수원 영통 대학로(40.79㎡), 대구 달서구 와룡로(84.83㎡), 대전 유성 도안대로(84.97㎡), 경기 구리 갈매순환로(39.00㎡) 등 6채다. 경기도 화성의 오피스텔을 이 후보 본인, 나머지 5채는 배우자 단독 소유다.
이 후보와 배우자의 부동산 취득가액을 합하면 38억287억원에 달한다. 채무는 임차(월세) 보증금과 은행·캐피탈 등 6건의 대출을 더해 37억6893만9000원으로 부동산 취득가액과 비슷하다. 이 같은 부동산 보유 유형은 임차 보증금과 대출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전형적인 ‘갭 투자’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으로 대전시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자문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그는 2020년 제21대 총선 때 세종을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경선에서 강준현 후보(현 국회의원)에게 패하면서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영선 후보, 전세사기 피해자 자문변호사 활동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4일 “당이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현 제도의 한계 때문에 검증할 수가 없었다”며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는 지역의 공천을 취소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세종갑 유권자 여러분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 세종갑 선거구는 국민의힘 류제화(40) 후보와 새로운미래 김종민(60) 후보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세종갑 선거구는 30~40대 유권자가 많아 “파란색 옷만 입으면 당선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민주당의 오랜 텃밭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홍성국 후보가 56.45%의 득표를 기록, 32.79%에 그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중로 후보를 따돌렸다.
전통적 민주당 강세지역, 국힘-새로운미래 양자 대결
이와 관련 세종갑 선거구인 한솔동 주민 신모(55)씨는 “이재명 대표가 세종에 와서 이영선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던 게 불과 며칠 전”이라며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후보도 문제지만 그런 후보를 뽑아달라고 공천한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