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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식 반나절 만에 野이영선 낙마에…주민들 "유권자 무시 공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동산 갭 투기 의혹으로 제명과 함께 공천이 취소된 더불어민주당 세종갑 이영선 후보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적막감만 맴돌았다. 24일 오전 11시 30분쯤 문을 잠그고 5층 선거 사무실을 나오던 관계자들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갔다. 같은 건물 2층 사무실 앞엔 ‘필승을 기원한다’는 리본을 건 화분 몇 개만 남아 있었다. 하루 전인 23일 오후 3시 열린 개소식에 맞춰 종친회와 동문회 등이 보낸 것들이었다.

지난 14일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세종갑에 출마한 이영선 후보(오른쪽)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세종갑에 출마한 이영선 후보(오른쪽)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건물 1층에서 만난 시민들은 “어이가 없다. 유권자를 무시하지 않고는 어떻게 이런 후보를 공천할 수 있느냐”고 화를 냈다. 또 다른 시민은 “(이영선 후보가) 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세종갑 시민들 "유권자 무시한 민주당의 공천"

민주당은 지난 23일 밤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이재명 당 대표가 세종갑 이영선 후보를 제명하고 공천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천 검증 과정에서 이 후보가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고 갭 투기를 한 의혹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영선 후보가 재산 보유 현황을 당에 허위로 제시, 공천 업무를 방해했고 이를 ‘당헌과 당규를 위반한 중대한 해당 행위’로 판단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이미 후보 등록을 마친 상황에서 의석 손실을 감수하고 제명과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1~22일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돼 민주당은 세종갑에 후보를 낼 수 없다.

부동산 갭 투기 의혹으로 지난 23일 민주당에서 제명과 함께 공천이 취소된 이영선 후보의 선거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신진호 기자

부동산 갭 투기 의혹으로 지난 23일 민주당에서 제명과 함께 공천이 취소된 이영선 후보의 선거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신진호 기자

이영선 후보는 지난 21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면서 재산이 1억1962만2000원이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 4채와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임차권 1건 등 모두 38억287만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145.82㎡)와 인천 서구 검단로(74.93㎡), 인천 서구 검단로(84.72㎡), 세종시 반곡로(84.45㎡) 등이다. 이 가운데 세종의 아파트는 본인 단독, 나머지 3채는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다.

수원·대전 등에 아파트 4채, 오피스텔 6채 보유

오피스텔은 경기 화성 동탄대로(65.51㎡), 경기 수원 영통 대학로(39.50㎡), 경기 수원 영통 대학로(40.79㎡), 대구 달서구 와룡로(84.83㎡), 대전 유성 도안대로(84.97㎡), 경기 구리 갈매순환로(39.00㎡) 등 6채다. 경기도 화성의 오피스텔을 이 후보 본인, 나머지 5채는 배우자 단독 소유다.

부동산 갭 투기 의혹으로 지난 23일 민주당에서 제명과 함께 공천이 취소된 이영선 후보의 선거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신진호 기자

부동산 갭 투기 의혹으로 지난 23일 민주당에서 제명과 함께 공천이 취소된 이영선 후보의 선거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신진호 기자

이 후보와 배우자의 부동산 취득가액을 합하면 38억287억원에 달한다. 채무는 임차(월세) 보증금과 은행·캐피탈 등 6건의 대출을 더해 37억6893만9000원으로 부동산 취득가액과 비슷하다. 이 같은 부동산 보유 유형은 임차 보증금과 대출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전형적인 ‘갭 투자’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으로 대전시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자문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그는 2020년 제21대 총선 때 세종을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경선에서 강준현 후보(현 국회의원)에게 패하면서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영선 후보, 전세사기 피해자 자문변호사 활동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4일 “당이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현 제도의 한계 때문에 검증할 수가 없었다”며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는 지역의 공천을 취소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세종갑 유권자 여러분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종갑에 출마한 이영선 후보(오른쪽)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종갑에 출마한 이영선 후보(오른쪽)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 세종갑 선거구는 국민의힘 류제화(40) 후보와 새로운미래 김종민(60) 후보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세종갑 선거구는 30~40대 유권자가 많아 “파란색 옷만 입으면 당선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민주당의 오랜 텃밭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홍성국 후보가 56.45%의 득표를 기록, 32.79%에 그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중로 후보를 따돌렸다.

전통적 민주당 강세지역, 국힘-새로운미래 양자 대결 

이와 관련 세종갑 선거구인 한솔동 주민 신모(55)씨는 “이재명 대표가 세종에 와서 이영선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던 게 불과 며칠 전”이라며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후보도 문제지만 그런 후보를 뽑아달라고 공천한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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