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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암만해도 민주당"…"정신 차려라" 비례는 조국당 지지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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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호 06면

[SPECIAL REPORT] 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④ 영산강 벨트

“암만해도 민주당이겄지. 암만 바꿀라해도 안바끼제, 안 그란가.”

광주광역시의 수산물시장인 남광주시장에서 장사하는 김연희(64)씨가 말했다. 김미연(73)씨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이 돼야지, 국민의힘 돼야 쓰겄어요.”

2㎞쯤 떨어진 호남 최대의 양동시장에서 만난 상인 최모(68)씨도 “뭐라 뭐라고 해도 민주당”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옆 가게 사장도 “누가 나오는지 몰라도 투표는 해야 한다”며 “정부 독재를 막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5·18기념공원에서 운동하던 이우열(72)씨는 “일편단심 민주당”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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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21일 사이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 절대다수가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말 그대로 ‘철옹성’이었다. 전남지사를 지냈고 호남 출신의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인 이낙연 후보는 이 성벽을 타고 넘을 수 있을까. 이 후보가 출마한 광주 광산을을 찾았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18일 수완지구 사거리에서 이 후보의 유세 현장을 보던 60대 부부가 중얼거렸다. “이낙연 너무 싫다. 민주당 나가서 너무 싫다.” 광주 토박이인 김선영(55)씨는 비교적 길게 설명했다. “대장동 사건 시작도 그쪽(이낙연)이 먼저 해서 이재명 대표가 곤란해졌는데 심지어 (민주당이) 어려운 시기에 나갔으니 이미지가 당연히 안 좋다”며 “(민주당 후보인) 민형배 의원이 좋은 것도 아닌데, 대안이 없어서 찍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 대선주자감이 이재명 대표 말고는 없어서 또 밀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이낙연 후보에 대한 호감을 피력하는 이가 있었으나 표로 연결될지 미지수였다. 박수현(44)씨는 “전남도지사 때부터 쭉 봐왔지만, 워낙 잘 해왔다”면서도 “우리에겐 대선주자 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성을 보였다. KBC광주방송·U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14~15일 광산을 선거구의 만 18세 이상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형배 후보(65.4%)가 이 후보(17.7%)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무선 ARS 조사 100%,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새로운미래의 박병석 후보가 뛰는 광주 북을에선 “민주당이 질까 봐 새로운미래는 못 뽑는다”(김유순·66)는 말까지 나왔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이자 현 소나무당 대표가 옥중 출마한 광주 서갑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송 대표의 아내가 유세하는 모습을 보던 김모씨는 “감옥에 간 사람이 후보로 나온다고”라더니 “여기선 민주당을 싫어하면 왕따”라고 했다. 최현석(54)씨도 “솔직히 그 사람(송 대표)이 민주당에 있었으니 그만한 업적을 세웠지, 소수 당에서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흔쾌해 보이진 않았다. 김정화(41)씨는 “차라리 무소속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첨단1동에서 만난 유영현(49)씨는 “예전엔 항상 민주당을 찍었는데 이제는 너무 실망을 많이 해서 4050대는 확실히 생각이 바뀌었다. 20대는 투표 자체가 관심 없다. 짜증 나면 진짜 투표하러 안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호남은 ‘투표율’로도 민심을 드러내곤 했다. 지난 대선 때 광주의 투표율은 81.5%였는데, 2달여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선 37.7%로 급전직하했다. 각각 광역단체 중 최고치와 최저치였다.

밑바닥엔 변화에 대한 갈구가 있었다. 송정역 부근에서 만난 이정은(51)씨는 “언제까지 과거에 머물 것인가”라며 “오히려 (민주당을) 찍어서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민주당도) 먹을 만큼 먹었고 이념 정치도 그만 우려먹어야 한다. 우리도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총선 때 국민의당이 광주(8석)를 싹쓸이한 전례도 있긴 하다. 이번엔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듯했다. 김선영씨는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으려 한다”며 “어차피 합쳐질 것이기도 하고, 민주당에게 조금 정신 차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라고 했다. 조모(52)씨도 “조국을 검찰이 너무 때렸다. 불쌍하기도 하고 힘을 실어주고 싶고 뭔가 새로운 것이 광주에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김정숙·45)라거나 “2심까지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인데 창당해서 비례대표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백상현·37)는 목소리는 작았다. 실제 21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의 비례대표 투표 의향에 따르면 호남에서 조국혁신당은 36%로 민주당(28%)을 앞질렀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광주에서 가능성이 없을까. 많은 이들이 “국민의힘을 뽑으려 해도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광주 동-남을에서 출마한 의사 출신 박은식 후보를 두곤 김모씨(45)가 “젊은 사람이 새로운 바람을 가져오니까 힘을 실어주고 싶은데, 당선될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광주 토박이라는 박성원(45)씨의 말은 이랬다. “이제는 경쟁해야 서로 좀 발전하지 않겠나. 언제까지 과거에 머물건 지. 역사는 흐르고 바뀐다. 내 한 표로 바뀔 순 없겠지만, 꾸준히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다 보면 언젠가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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