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귤에 진저비어·당귀 더한 제철 칵테일, 익숙한 듯 새로운 한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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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호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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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에 반짝 나오는 새콤달콤한 금귤에 상큼한 라임즙, 여기에 직접 만든 진저비어와 쌉쌀한 봄나물인 당귀를 더하면? 봄의 싱그러운 생동감이 듬뿍 담긴 모스코 뮬 한 잔이 된다. 빨간 딸기를 담근 진에 핑크페퍼 토닉, 새콤한 콤부차를 더한 진 토닉은 어떨까? 향긋한 쑥 향이 밴 진한 위스키에 달콤한 초콜릿을 더한 칵테일은? 서울 서촌의 작은 골목, 간판도 없는 건물 4층에 위치한 작은 바 ‘참제철’(사진1)은 이렇게 한국의 계절감을 가득 담은 칵테일을 내는 곳이다.

서촌의 유명 바인 ‘참’과 ‘뽐’의 운영자이자 이곳의 대표인 임병진 바텐더는 사람들이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맛의 밸런스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 답으로 제철의 맛과 발효의 풍미를 키워드로 선택했다고 한다. 앞서 소개한 ‘봄의 모스코 뮬’(사진2)을 예로 들면, 모스코 뮬은 원래 194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클래식한 칵테일로 전통적으로 보드카·라임주스·진저비어가 들어가며 구리잔에 서빙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그는 한국의 봄에 흔히 만날 수 있는 식재료인 금귤과 당귀를 더해, 익숙한 듯 새로운 맛을 지닌 참제철만의 칵테일로 완성했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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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테마로 운영되는 참제철에서는 3개월마다 메뉴를 완전히 바꾼다. 겨울에는 팥차와 곶감, 라이 위스키를 넣은 칵테일을 내고, 가을에는 청도 감 와인과 셰리를 더한 아도니스를, 여름에는 상쾌한 진과 바질, 수박과 오이를 조합한 김렛을 내는 식이다. 이를 위해 임 바텐더는 보통 한 시즌 전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맛의 구조를 잡은 다음, 제철 재료가 풍성하게 나오는 시즌이 되면 빠르게 테스트를 해서 실제 메뉴로 구현한다. 칵테일에 들어가는 리큐어와 콤부차, 부재료와 크림 역시 모두 직접 만든다.

나아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욱 부담 없이 다양한 계절의 맛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일반적인 칵테일보다 메뉴의 알코올 도수를 더욱 낮게 설계했다. 이러한 신선함과 친근감 덕분인지 참제철에는 유독 젊은 연령대의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메뉴 이름은 익숙한 클래식 칵테일 이름에 ‘제철(in season)’이라는 단어를 붙이는데, 손님들이 메뉴의 콘셉트를 어렵지 않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임병진 바텐더가 생각하는 한국적 칵테일이란 뭘까. “식재료의 맛과 문화를 음료로 녹여내는 것. 너무 개념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려고 해요. 일상생활에서 나와 가까이 있는 것, 계절의 감각, 그런 것들이 모여 자연스러운 한국의 맛이 되는 것 아닐까요?” 바쁜 일상에서 지나쳐 버리기 쉬운, 어쩌면 일생에 한 번뿐일지도 모를 이 계절의 순간들. 혼자서든 또는 누군가와 함께든 한 잔의 칵테일과 함께 제철의 맛과 향을 붙잡아보면 어떨까.

이나리 출판기획자, 사진 김태훈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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