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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결핵 OECD 선두권…보름 넘게 기침 땐 검사해봐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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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호 27면

[헬스PICK] 24일은 세계 결핵의 날

“요즘도 결핵 있는 사람이 있어요?” 영화 ‘기생충’에선 등장인물 연교(조여정)가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연교처럼 결핵을 과거의 질병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결핵 환자가 많이 감소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결핵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1060만 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130만 명에 달했다. 특히 한국은 여전히 ‘결핵 후진국’으로 손꼽힌다.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를 차지해 왔다. 결핵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24일 세계 결핵의 날을 계기로 결핵의 위험성과 예방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결핵은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노출·감염·발병 단계를 거치면서 전파된다. 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튀어나온 결핵균이 공기 중으로 떠다니다 주변 사람의 숨길로 들어가 옮기는 식이다. 대부분 폐에서 감염을 일으키지만, 신체 어디서든 결핵이 생길 수 있다. 감염 범위도 꽤 넓다. 무엇보다 감염 단계에서 결핵균을 확인해 병이 확산하지 않도록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균이 몸속에 들어왔다고 해서 반드시 결핵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 면역력으로 결핵균을 억제할 수 있다. ‘잠복결핵’에 해당하는 경우다.

65세 이상 보건소 무료 검사 매년 받기를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결핵은 크게 잠복결핵과 활동성 결핵으로 나뉜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아직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은 단계다. 결핵 감염자의 90%는 잠복결핵 상태다. 잠복결핵은 몸의 면역체계가 작동해 결핵균을 조직 내에 가두면서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전염성이 없을뿐더러 결핵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면역력이 좋아야 결핵균의 증식과 활동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결핵의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조심해야 할 고위험군은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에이즈(AIDS) 환자, 항암 치료 중인 환자, 고형암 환자, 면역억제제 복용자, 장기이식 환자다.

가장 큰 문제는 잠복결핵이 활동성 결핵으로 바뀌었을 때다. 잠복결핵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의도하지 않아도 결핵을 전파할 수 있다. 결핵이 발병하면 증상이 나타나 균을 분출하면서 병을 옮긴다. 잠복결핵이 활동성 결핵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5~10% 정도다. 이중 절반은 2년 이내, 나머지는 평생에 걸쳐 발병한다. 결핵 환자에게 나타나는 주요 증상은 기침, 가래, 객혈, 무력감,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등이다. 잠복결핵을 방치해 결핵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결핵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기 발견을 통해 결핵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균의 전파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잠복결핵 검진’은 결핵을 예방하는 시작점이다. 결핵 감염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몸속에 결핵균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잠복결핵 검진으로는 피부 반응을 살피는 투베르쿨린검사(TST)와 혈액 인터페론감마(IGRA)검사가 있다.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했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는 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집단시설종사자 역시 잠복결핵 정기 검진이 필수적이다. 의료기관·산후조리원·어린이집·유치원·아동복지시설·요양시설 근무자가 주 대상이다. 뚜렷한 원인 없이 2~3주 이상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지속한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결핵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핵 위험도가 높은 65세 이상은 매년 보건소에서 무료 결핵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약 복용 소홀하면 내성으로 치료 어려워

검사 다음으로 중요한 건 치료다. 다행히 결핵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검사 결과 결핵 발병 고위험군이라면 바로 잠복결핵 치료에 나서야 한다. 잠복결핵 단계에서 치료·관리하면 잠재적 결핵 발생 위험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 잠복결핵 감염 치료비는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잠복결핵에 대한 약물치료는 장기전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핵균은 다른 균에 비해 증식 속도가 느려 약 복용 기간도 그만큼 긴 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약을 띄엄띄엄 복용할 경우 결핵약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잠복결핵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약을 규칙적으로 충실히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또한 결핵을 예방하려면 흔히 ‘불주사’라고 불리는 BCG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 이는 국가에서 권고하는 필수 예방접종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생후 4주 이내 모든 신생아에게 BCG 백신을 접종하게 돼 있다. BCG 예방접종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폐결핵 발병률이 20%까지 줄어든다. 효과는 10년간 지속한다. BCG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결핵에 걸릴 순 있지만, 결핵성 뇌막염이나 속립성 결핵과 같은 중증 결핵을 예방할 수 있다.

결핵에 대한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결핵은 대부분 증상을 보이지 않는 만큼 더 위험하고 치명적이다. 갑자기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이 발병하면 빠르게 균이 퍼져 확산할 수 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결핵균에 대한 노출을 피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평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땐 손이나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린다. 이러한 에티켓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으로 결핵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결핵이 의심되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이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공장소 이동을 삼간다. 평소 생활습관도 점검해봐야 한다. 결핵은 면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게 이롭다.

도움말=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 대한결핵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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