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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개표 위기…38개 정당 비례신청, 투표용지 최장 51.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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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중앙일보

국회의사당 전경. 중앙일보

4·10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또다시 수(手)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생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4개 정당, 46.9㎝ 길이 투표용지까지 자동개표가 가능한 투표지분류기(분류기)를 도입했지만, 38개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만약 선관위가 서류 심사를 거쳐 이들 정당의 등록을 모두 인정한다면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 길이는 51.7㎝가 된다.

이 경우 2020년 총선과 마찬가지로 분류기를 이용한 자동개표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당시 선관위는 비례대표 정당투표의 개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 선거일 다음 날 오전 10시에야 마무리했다.

이미 4년 전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소수정당 우대’ 효과가 사라진다는 게 입증된 상태에서도 또다시 비례정당이 난립하게 된 건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해석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 정치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이 ‘이만큼 다양하게 있다’는 의사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38개 정당의 등록이 모두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년 전에도 38개 정당이 후보 등록을 신청했으나, 이 가운데 3개 정당의 신청 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반려됐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늦어도 내일 오전까지 서류 심사를 마무리해 공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4개 이상 정당이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선관위는 분류기를 이용해 자동개표를 진행하게 된다.

2020년 3월 30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한 인쇄소에서 직원들이 선관위 입회 아래 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곳으로 정당투표용지는 마스크의 두배 정도인 48.1cm나 된다. 투표지분류기에 넣을 수 없어 수개표가 불가피하다. 연합뉴스

2020년 3월 30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한 인쇄소에서 직원들이 선관위 입회 아래 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있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곳으로 정당투표용지는 마스크의 두배 정도인 48.1cm나 된다. 투표지분류기에 넣을 수 없어 수개표가 불가피하다. 연합뉴스

투표용지에 인쇄될 정당과 지역구 후보자 기호도 이날 확정됐다. 지역구 후보 기호를 포함한 정당의 전국 통일 기호는 1번 더불어민주당, 2번 국민의힘, 3번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 주도 비례위성정당), 4번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 5번 녹색정의당, 6번 새로운미래 순으로 정해졌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용지의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아 3번 더불어민주연합부터 기재된다.

각 정당이 앞 순번 정당 기호를 받기 위한 ‘의원 꿔주기’는 막판까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전날(21일) 김병욱 의원 등 지역구 의원 5명을 국민의미래로 보냈다. 국민의미래에 속한 지역구 의원이 없어 비례대표 투표용지 두 번째 칸(기호 4번)이 녹색정의당에 넘어갈 뻔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정당 기호는 5명 이상의 지역구 의원을 보유했거나, 직전 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부터 우선 기호를 받게 된다. 녹색정의당은 4년 전 총선에서 9.67%를 받아 우선 배정권이 있다.

뒤늦은 의원 이동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말 한마디로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유지되는 기형적 상황이 없었다면 이런 상황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도 “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준비를 못 했다니 황당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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