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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어깨 두드린 尹, 천안함 함께 보며 "왜곡·조작 막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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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에서 22일 마주했다. 이종섭 주(駐)호주 대사의 즉시 귀국 및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 문제 등을 놓고 당ㆍ정 갈등이 불거진 지 닷새 만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평택의 해군 2함대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끝난 뒤 천안함 46용사 추모비를 참배했다. 이어 2010년 북한의 공격으로 피격된 천안함 선체를 둘러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행사를 마친 뒤 헤어지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행사를 마친 뒤 헤어지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격 당시 함장이던 최원일 전 천안함장으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전해 들은 윤 대통령은 “명백하게 도발과 공격을 받았는데도 자폭이라느니, 왜곡ㆍ조작ㆍ선동해서 희생자를 모욕하는 일이 있다”며 “반국가세력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서 더 많은 위로를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도 “영웅을 이렇게 모욕하고, 조작하고 선동하고 왜곡하는 세력들이 계속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반드시 막아 내야겠다”고 말했다. “위로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최 전 함장의 말에 한 위원장은 “저희가 잘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조작과 선동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종북 세력의 준동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하며 어깨를 두드린 뒤 행사장을 떠났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특화시장에서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 특화시장에서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ㆍ정 갈등이 있다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날 오전 결정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천안함 유족들도 현장에 같이 있었다”며 “두 사람 간의 사적인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만난 건 1월 29일 대통령실 오찬 이후 53일 만이다. 당시 ‘김경율 사천(私薦)’ 논란 및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등으로 당정이 충돌하자 두 사람은 1월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갈등을 봉합했고, 6일 뒤 점심을 함께했다.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왼쪽)과 유승민 전 의원이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왼쪽)과 유승민 전 의원이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엔 유승민 전 의원도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선 최근 "중도층을 공략하려면 유 전 의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잖다. 한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의 만남이 관심을 보았지만, 자리가 떨어져 있어 제대로 인사를 못 나눴다. 대신 유 전 의원 옆엔 당 지도부인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앉았다.

당 관계자는 “수도권과 중도층에 소구력있는 유 전 의원이 선대위에 가세하면 수도권 위기론을 만회할 카드가 될 수 있다”며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유 의장이 한동훈-유승민 간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동국대 특강에서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아직 당에서 공식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동훈 "총선 뒤 유학? 공적으로 봉사하는 일만 남아"

이날 한 위원장은 선거 뒤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했다. 충남 당진 전통시장을 찾은 한 위원장은 “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누가 제가 선거 끝나고 유학 갈 거라고 하던데, 저는 뭘 배울 때가 아니라 여러분 위해 공적으로 봉사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당정 갈등이 가라앉으면서 민주당에 대한 공세도 강화했다. 장동혁(충남 보령-서천) 사무총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한 위원장은 “이종섭 대사는 소환받은 것도, 범죄 혐의가 드러난 것도, 재판받은 것도, 기소된 것도 아직 없는데도 귀국했다”며 “정작 이재명 대표는 보란 듯 법원 출석도 안 한다. 이분들이 다수당이 되면 앞으론 법원에 나가겠나, 사법 시스템을 존중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에서 장동혁, 정용선 후보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에서 장동혁, 정용선 후보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선 총선 낙관론도 나왔다. 취재진과 만난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목표 의석수 전망’ 질문에 “153석 플러스해서, 한 170석은 돼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고 보시라. 이제 1~2주 뒤엔 다시 상승 곡선을 그어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대위 관계자는 “당의 상황 인식과 괴리가 있는, 공관위원장의 희망 사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동반 하락세였다. 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긍정 34%, 부정 58%였다. 지난 조사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2%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1%포인트 올랐다.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33%, 조국혁신당 8%였다. 2월 5주 조사 당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인 7%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3주 만에 격차가 1%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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