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대 증원 후폭풍…대학가 “교수, 학생 설득하려면 지원 늘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의대 운영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교육 여건 마련을 위한 대학의 준비와 정부의 지원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의대 운영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교육 여건 마련을 위한 대학의 준비와 정부의 지원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의 공을 넘겨 받은 대학들이 고민에 빠졌다. 정원 조정에 따른 학칙 개정, 전형 설계뿐만 아니라 증원에 강하게 반대하는 의대 구성원을 설득하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대학가 “의대 파격적 지원으로 대화 물꼬 터야”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개 의과대학은 다음달 31일까지 증원 분을 포함한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증원 신청 당시 제출한 계획에 포함된 교원·교사 확보, 교육과정 운영, 실험·실습 기재자 확충, 지역의료 여건 개선 등 교육여건 개선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시작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인증평가 때문이다. 의평원은 인증 기간이 만료되는 의대를 대상으로 하는 정기 평가 외에도 10% 이상의 정원 변동이 있는 의대를 대상으로 ‘주요 변화 평가’를 진행하는데 이번 증원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가 대학별 의과대학 정원 배분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22일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으로 텅 비어 있다. 뉴스1

정부가 대학별 의과대학 정원 배분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22일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으로 텅 비어 있다. 뉴스1

이 같은 후속 작업을 위해 각 학교는 의대 구성원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증원 배정이 된 이후에도 의대 교수와 학생들의 반대는 완강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2일 전국 40개 의대에 제출된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누적 8951명이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47.6%다. 증원 배정이 발표된 하루 뒤인 21일에도 오히려 휴학이 증가한 것이다. 교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25일)도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전공의·학생·수험생들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인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충북대 의대교수협의회 회장 최중국 교수가 의대증원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학생·수험생들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인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충북대 의대교수협의회 회장 최중국 교수가 의대증원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가에서는 파격적 지원을 약속하는 것이 의사와 대화를 시작할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임상 교수 1명 인건비가 1~2억원 수준”이라며 “학교가 정부의 시책에 적극 동참한만큼 정부도 국립, 사립 가리지 않고 교육여건 개선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교원 1000명을 충원하겠다고 약속한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에는 사학진흥재단의 저금리 융자만을 약속한 상태다.

충청권의 한 기획처장도 “의대 교수들이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교육 여건 악화”라며 “정부가 전폭적으로 시설 개선에 나서준다면 학교도 의대 교수들을 설득할 논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부총리와 총장들의 대화에서도 같은 제안이 나왔다. 이날 40개 총장과 이 부총리가 만난 비대면 영상 간담회에서는 “교육여건 개선비를 지원해달라”는 취지의 발언들이 이어졌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사립대학 총장은 “교수 충원은 학교가 책임지더라도 각종 실험 실습장비 등 수억원이 들어가는 예산은 사립대학도 지원받아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며 “의사를 양성하는 데 국립, 사립을 구분 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공의TO, 지역인재전형 제한…디테일한 고민도

의대별 증원, 얼마나 늘어나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의대별 증원, 얼마나 늘어나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대학들의 또 다른 고민은 증원이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영남권의 한 국립대 총장은 “지역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지역 의사가 많이 생기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학교는 졸업생보다 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정원이 더 적어 수십명을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올려보낸다. 전공의 TO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인재전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번 증원을 발표하며 비수도권 대학에게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으로 늘리라고 권고했다. 지역인재전형은 지방대가 인근의 고교 출신들만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 선발 방식이다. 지방대 육성법에 따르면 지역인재전형의 하한선은 현재 40%다. 강원, 제주 지역은 20%다.

문제는 지역인재전형도 수능 최저기준이 높다보니 이를 맞추는 학생들이 지역에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의대는 지역인재전형에서도 수능 최저 기준을 국어, 영어, 수학 등급 합 4~6 정도로 높게 잡고 있다. 한 국립대 총장은 “지역인재전형 인원을 늘리면 동일 권역 내 지원 제한을 풀어 지원자 풀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령은 비수도권을 충청, 호남,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 제주 등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서 지역인재를 선발하게 한다. 이를 비수도권으로 넓혀 입학 성적 하락 등의 우려를 없애자는 의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