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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족쇄가 된 성공공식…애플을 겨냥한 규제당국 칼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혁신의 상징’ 애플을 만든 ‘폐쇄적 생태계’ 정책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이 일제히 애플에 칼끝을 겨누면서다.

애플 로고. EPA=연합뉴스

애플 로고. EPA=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21일(현지시간) 미 법무부는 16개 주 법무장관과 함께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 자체 기기를 통해 구축해 온 폐쇄적 생태계가 애플의 독점을 강화했고, 소비자들에게 비싼 비용을 치르게 했다는 취지다. 애플 아이폰은 미국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한 탓에 소비자들은 더 많은 돈을 내야했다”며 “이 문제를 방치하면 애플의 스마트폰 독점은 계속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유럽도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곧 애플, 구글의 DMA(디지털시장법) 위반에 대한 조사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지난 4일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애플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제한했다며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게 왜 중요해

미 법무부의 소송과 EU 집행위원회의 조사는 현재의 애플을 있게 한 ‘성공 공식’ 폐쇄적 생태계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애플은 iOS라는 독자 운영 체제와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통해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 애플 기기를 쓰는 소비자를 가두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성공을 이끌어 온 폐쇄적 생태계가 이제 가장 큰 골칫거리(liability)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규제당국의 조사가 아니더라도 애플은 이미 충분히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아이폰 판매가 줄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첫 6주간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다. 기술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생성 인공지능(AI)’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과 비견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규제당국의 조사까지 겹친 진퇴양난의 상황. 이날 애플의 주가는 4% 이상 급락했다. 시가총액도 약 1130억 달러(약 150조 원) 줄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미 법무부는 왜

미 법무부는 애플이 5가지 방식으로 경쟁을 저해했다고 봤다. 법무부 성명서에 따르면 애플은 다른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수퍼앱’(여러 가지 서비스가 가능한 앱)을 아이폰에서 작동하지 못하게 했다. 사용자가 다른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걸 어렵게 만든 것이다. 또 소비자가 게임이나 기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 스트리밍 앱 개발도 차단했다.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과 주고받는 메시지 품질도 저하시켰다. 타사 스마트워치와 아이폰 간에는 호환성을 저하시켰다. 법무부는 애플이 다른 결제사업자들이 자체 디지털 지갑을 구축하는 것을 방해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유럽에서 문제는

EU 집행위는 애플이 폐쇄적 생태계의 장벽을 낮추고 DMA에 성실히 따르고 있는지에 대해서 들여다본다. DMA는 빅테크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 집행위는 애플과 구글이 앱마켓 개발자에게 새로 적용하기 시작한 수수료 정책 및 이용 약관이 DMA 규정을 준수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애플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전체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 벌금을 물 수 있다.

앞으로는

①피말리는 소송전: 규제당국과 애플의 소송전은 최소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EU 경쟁법을 위반했다는 EU 집행위의 결정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이번 소송도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애플 측은 “(미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이) 애플의 정체성은 물론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애플 제품을 차별화하는 원칙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②AI폰으로 반전: 아이폰의 판매 부진과 뒤처진 AI 경쟁을 동시에 풀 수 있는 열쇠는 애플만의 AI폰이다. 애플은 오는 6월 WWDC(세계개발자대회)에서 AI와 관련된 발표를 하고, 새로 공개할 아이폰 16에 AI 기능을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