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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홍콩ELS 자율배상 절차 돌입…속도내는 은행권

중앙일보

입력

손상범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 신탁부 부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 로비에서 홍콩ELS 자율조정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손상범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 신탁부 부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 로비에서 홍콩ELS 자율조정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은행권의 자율배상 절차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2일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자율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12일 첫 만기를 앞둔 투자자들부터 개별적으로 배상 협의에 나선다. 다음 주부터 투자자를 접촉해 자율조정을 안내하고 본격적인 조정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첫 배상이 이뤄지는 시기는 다음 달로 예상된다. 손상범 우리은행 신탁부 부장은 “손실이 확정된 분들에게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배상 시기는) 만기 도래 이후가 된다"며 "4월부터 손실이 확정된 분들은 4월에 (배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와의 조정비율 협의와 동의 절차가 끝나면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될 수 있다.

조정비율은 지난 11일 금감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따른다. 해당 기준안에 따르면 판매사의 설명의무 등 위반 여부나 투자자의 투자 경험·연령대 등을 고려해 배상 비율이 개별적으로 산정된다. 비율 감산·가산에 따라 배상 비율은 0~100%까지 가능하지만, 금감원은 대부분 투자자의 배상 비율이 20~60% 범위에 분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손 부장도 "조정 비율은 투자자 별로 협의 후 결정된다"며 “20~60%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홍콩ELS에 1억원을 가입한 투자자가 50%의 원금 손실을 본 경우, 판매자‧투자자 요건을 고려해 배상 비율이 40%로 산정됐다면 손실액 5000만원 중 2000만원을 배상받게 된다.

우리은행의 홍콩ELS 판매 잔액은 415억원으로, 첫 만기 도래분의 손실률은 45% 수준이다. 피해 고객 수는 약 450명으로 집계된다. 만일 전체 판매 잔액의 손실률을 50%, 평균 배상 비율을 40% 수준으로 가정하면 배상 규모는 100억원을 밑돈다. 우리은행은 “조정안에 대해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신속한 자율조정으로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 실천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경우 판매 잔액이 타 은행에 비해 많지 않아 선제적인 배상 논의가 가능했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홍콩ELS 자율배상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음 주 하나은행(27일)과 NH농협은행‧SC제일은행(28일)의 이사회가 예정되면서, 은행별 자율배상안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신한은행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이들 은행의 홍콩ELS 상반기 만기 규모는 신한은행 1조3329억원, 하나은행 7380억원, NH농협은행 7330억원, SC제일은행 6187억원 순이다.

다만 상반기 만기 도래 금액이 4조7447억원에 이르는 KB국민은행의 경우 자율배상안 논의가 길어질 수 있다. 손실률 50%‧평균 배상 비율을 40% 수준으로 놓고 단순 계산하면 올해 배상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은 “현재 판매된 ELS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의 자율배상 논의와 별도로 금감원의 제재 절차도 다음 달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21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의 배상안과 상관없이 제재는 원래 생각했던 속도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제재 절차와 제도 개선이 4~5월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서 금감원은 “판매사의 고객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과징금 등 제재 수준 결정 시에 참작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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