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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운노조, 채용추천권 46년 만에 포기…채용비리 근절되나

중앙일보

입력

채용·승진 비리로 간부들이 잇따라 실형을 받거나 검찰에 기소된 부산항운노동조합(부산항운노조)이 그간 독점했던 ‘채용·승진 추천권’을 내려놨다. 1978년 도입된 부산항운노조 추천권은 각종 인사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46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부산항운노조 사무실. 연합뉴스

부산항운노조 사무실. 연합뉴스

부산항운노조 ‘독점 권한’…46년 만에 폐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이날 오전 부산항만공사 대강당에서 항만 노사정 5개 단체와 ‘부산항 항만 인력공급 시스템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참여한 단체는 부산고용노동청·부산항운노조·부산항만물류협회(항만하역사 대표)·부산항만산업협회(화물고정업 대표)·부산항만공사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부산항운노조 채용·승진 추천권 폐지다. 부산항 상용부두에서는 터미널 운영사가 신규 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는데, 노조가 후보자를 추천해왔다. 6개월 이상 근무한 임시 조합원 중 노조 지부장이 2배수를 고용주(터미널 운영사)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노조 지부장은 반장(현장 관리직 간부) 승진 후보자도 추천했다. 심지어 단수 추천이었다. 1978년 한국 최초 컨테이너 터미널인 부산항 자성대 부두가 생긴 이래, 부산항운노조가 독점적으로 행사한 권한이다.

채용·승진 추천권…결국 ‘인사 비리’ 이어져

이런 독점적 권한은 채용·승진 대가로 금품이 오가는 인사 비리의 원인이 됐다. 최근 전직 부산항운노조 지부장들이 잇따라 채용·승진 비리로 실형을 받았다. 지난 2월 부산지법에서 전직 노조 지부장 A씨는 징역 3년에 추징금 2억4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반장 승진을 원하는 조합원 2명에게 1억5000만원을 받아 승진에 관여한 혐의(배임수재)였다. A씨는 자녀 채용 청탁 대가로 다른 조합원 3명에 5400만원 상당 현금 등 금품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또 다른 전직 노조 지부장 B씨도 “반장으로 승진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조합원 3명으로부터 한 사람당 수천만원씩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1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과 별개로, 최근 승진 과정에서 ‘체크카드 상납’까지 이뤄진 정황이 나오면서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가 수사 중이다.

현금과 법원 이미지. 연합뉴스

현금과 법원 이미지. 연합뉴스

노조 뽑던 비항만 근로자도 ‘제3기관’에 위탁
이번 협약을 통해 화물고정과 도급 항만 분야 일용직을 채용할 때 노사정 대표로 구성하는 심사위원회(9명)에도 부산항운노조 간부가 직접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 몫(2명) 심사위원은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등 노조가 간섭을 자제하겠다는 뜻이다. 냉동창고, 컨테이너 야적장 등 비항만 근로자 채용도 제3기관(채용대행기관)에 위탁한다. 기존에는 노조가 자체 선발했다.

노조도 자정 노력을 하기로 했다. 그간 노조 위원장이 전체 조합원 중 임의로 지부장을 지명했지만, 이제는 선출직인 대의원 중에서만 임명한다. 인사 비리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조합원은 영구 제명하기로 했다.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한다. 기존에는 인사 비리로 제명되더라도, 5년이 지나면 복권할 수 있다.

류재형 부산해양수산청장은 “항만 근로자들은 부산항 개항 이래 150여년간 수출 강국 대한민국 최일선을 지켜온 산증인이다. 이런 명예가 인사 비리로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노사정이 힘을 모아 투명하고 공정한 항만 인력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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