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원이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160억 원대 빌라 전세 사기 범죄를 벌이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는 22일 사기 등 혐의로 40대 은행원 A씨와 50대 부동산컨설턴트 B씨, 명의를 빌려준 40대 C씨 등 3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전세 사기임을 알고도 이들에게 매물과 임차인을 소개한 혐의로 빌라 분양대행업자 21명과 공인중개사 46명도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로 사회 초년생이거나 신혼부부였다. 이들 중 40%가량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으로 내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자금 대출업무 담당 은행원이 범행 기획
A씨 등 2명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수도권 일대 빌라 71채를 사들인 뒤 전세 계약을 맺으며 임차인 71명에게서 전세보증금 160억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다. A씨는 전세자금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시중 대형은행의 은행원으로 평소 부동산 시세와 거래 관행 등을 잘 알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당시 수도권 일대 빌라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아지는 역전세 상황에 주목해 무자본 갭투자 사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낸 부동산컨설턴트인 B씨에게 갭 투자할 부동산을 물색하게 했다. 또 C씨에게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집을 많이 소유할 수 있고 나중에 가격이 오르면 돈을 벌 수 있다”고 꾀어 명의를 빌렸다.
A씨 일당은 분양대행업자와 부동산 매매를 하기로 협의 후 신축 빌라 매매 계약과 임차인 전세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빌라 분양 대금을 치르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거래마다 100만~85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으며, 임차인을 구해오는 역할을 했던 공인중개사들은 최대 25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공인중개사들은 전세보증금 3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규정된 매매 중개보수는 120만원(0.4%)인데, 약 20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겼다.
경찰은 한 사람 명의로 보증보험 가입이 많이 발생한다는 국토교통부의 수사 의뢰로 이들의 전세 사기 정황을 포착해 일당을 붙잡았다. 경찰은 여죄를 추가 수사할 예정이다.
한상민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 대장은 “전세계약 시 주변 건물의 매매 및 전세 시세를 꼼꼼히 확인하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꼭 가입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