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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첫 ‘원자력정상회의’…전쟁·넷제로에 원전 회귀 빨라져

중앙일보

입력

유럽에서 원전 회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벨기에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2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개최한 ‘원자력 정상회의(Nuclear Energy Summit)’에서 이와 관련해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유럽에서 원자력과 관련해 정상급 회의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들이 무대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들이 무대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탈원전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에 공급되던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급격히 줄면서 에너지 위기를 겪은 데다가, 탄소배출문제까지 겹치면서 원전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올라간 상태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유럽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40%를 러시아산 파이프라인가스가 책임졌었다. 또 EU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일 계획이지만,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개회 연설을 통해 “원전의 안전한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회의에 참석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도 “원자력의 지원 없인 기후 목표를 제때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미국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의 앨빈 W. 보그틀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EPA=연합뉴스

지난 13일 미국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의 앨빈 W. 보그틀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EPA=연합뉴스

미국·중국을 포함해 회의에 참석한 30여 개국은 공동성명에서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을 지원하고 경쟁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원자력 에너지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안전과 보안을 유지한 신규 원전 건설과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ㆍ발전 용량 30만㎾급) 등 첨단 원자로의 조기 배치”를 중요한 과제로 담기도 했다. 한국에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선 서방 주요국들의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의존도 해소 문제도 논의됐다. 하지만 세계 농축 우라늄의 35%를 러시아 측이 공급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가능한 빨리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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