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의원님은 재판 중?…기소된 34명 무더기 총선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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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출마자 중 범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최소 3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후보만 추려도 28명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금배지를 달고 법정을 드나드는 국회의원들의 의정 생활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국회의원 배지. 뉴스1

국회의원 배지. 뉴스1

패스트트랙 피고인 13명…나머진 與 3명, 野 9명

중앙일보가 총선 출마자들의 검찰 수사 기록을 전수 조사한 결과 254개 지역구 대부분에 후보를 낸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피고인 후보가 각각 13명·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거대 여야에서 치열한 경선을 치렀거나, 당으로부터 적임자로 판단돼 단수 공천된 이들이다.

다만 기소 혐의 별로 따져보면 양당 사이엔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은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 때 기소됐던 인물이 10명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한 반면, 민주당은 3명(25%)만 패스트트랙 사건 피고인이었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두고 여야가 극렬히 대치하다 야당(자유한국당, 현 국민의힘) 의원 23명, 여당(민주당) 의원 5명이 기소된 사건이다. 2020년 1월 기소했지만, 4년 넘게 1심 선고가 안 났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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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사건을 제하면 국민의힘에선 3명이 재판 중이다. 2017년 SNS에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받고 항소한 정진석 후보(충남 공주-부여-청양), 2022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 낙선 운동 혐의로 1·2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장영하 후보(경기 성남수정),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설립 방해 혐의로 1심 무죄를 받은 김영석 후보(충남 아산갑) 등이다.

민주당에선 9명이 패스트트랙 사건 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당 대표인 이재명 후보(인천 계양을)가 대장동 특혜 의혹,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방법원 3개 재판부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7인회’ 중 한 명인 문진석 후보(충남 천안갑)는 농지법 위반 혐의, 친명계인 이수진 후보(경기 성남중원)는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씨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각각 기소돼 모두 1심 재판 중에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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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인사도 여럿이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후보(전남 해남-완도-진도)는 서해 공무원 피격 첩보를 삭제한 혐의로 1심 중이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병도 후보(전북 익산을)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 무죄를 받고 2심 중이다.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후보(서울 구로갑)는 허위 인턴 등록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2심 중이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수수 혐의로 기소된 허종식 후보(인천 동-미추홀갑)도 출마한다. ‘반윤 검사’로 영입된 이성윤 후보(전북 전주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받고 상고심 중이다. 현 정부 대통령 관저 선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담은 저서를 썼던 부승찬 후보(경기 용인병)는 같은 저서 다른 부분에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1심 중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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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당선권 피고인 다수…소수당도 피고인 출격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한 조국혁신당은 개원 후 피고인 의원 비중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정당이다.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상고심 중인 조국 비례대표 후보(2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황운하 후보(8번),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1·2심 무죄를 받은 차규근 후보(10번)가 비례대표 앞 순번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당선가능성은 적지만, 소나무당은 피고인 후보가 4명이다. 대표인 송영길 후보(광주 서을)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의혹으로 1심 중이고 최대집 후보(전남 목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들 병역비리의혹 제기(명예훼손 혐의)로 1심 중이다. 변희재 비례대표 후보(2번)는 태블릿 PC 조작 주장으로 1심 징역 2년을 받았고, 정철승 비례대표 후보(4번)는 후배 변호사 성추행 등 혐의로 1심 중이다.

이 밖에 금품 수수 의혹으로 1심 중인 국민의힘 출신 황보승희 의원은 자유통일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1번을 받았고 역시 금품 수수 의혹으로 1심 중인 민주당 출신의 이상헌 의원은 본인 지역구인 울산북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4일 광주 동구 충장로를 찾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광주충장로우체국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4일 광주 동구 충장로를 찾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광주충장로우체국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법권 불신 조장…의원직 상실하면 또 세비 선거

검찰로부터 범죄 혐의를 의심받아 재판에 넘겨진 인사들이 무더기로 총선에 나서면서 정치가 희화화되는 것은 물론 사법권 불신을 정치권이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심 유죄 인사를 공천 부적격자로 본다는 총선 규칙을 삭제하며 재판 중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에게도 총선 길을 열어줬다.

총선 후보들의 사법기관 무시도 노골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총선을 이유로 법정 출석을 무단 거부하고 있다. 결국 재판부가 강제 구인 경고까지 냈지만, 이 대표는 22일 재판에도 안 나갈 방침이다. 구속 중인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지난 6일 판사에게 “조국은 불구속으로 정치 활동 중인데, 왜 난 안 풀어주냐”는 취지로 따지는 일도 있었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범죄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무더기로 출마하는 건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라며 “당선되더라도 재판 때문에 의정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자칫 의원직 상실형을 받을 경우 또다시 세비를 들여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각 정당이 책임감을 갖고 공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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