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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 “한미약품, 시총 200조 도전”…모녀측 “비현실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한미약품, 모자 갈등 격화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자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가 OCI그룹과의 통합을 반대하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대주주가 바뀌는 중대 사안이 밀실에서 결정됐다며 감독 당국이 주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미와 OCI의 통합을 추진한 임 창업자의 부인 송영숙 회장·임주현 전략기획실장(사장) 등 모녀 측과 두 아들 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임종윤(左), 임종훈(右)

임종윤(左), 임종훈(右)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헬스케어 대표 겸 한미약품 사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들과 국민연금의 지지를 호소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은 일부 정보만으로 계약·동의가 이뤄진 일종의 불완전거래”라며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문적인 시각으로 봐야 할 사안일뿐더러 국민연금이 나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발휘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 보스턴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0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임종윤 사장은 2016년부터 7년간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아오다 2022년 모친 송 회장에게 단독대표 자리를 내줬다. 임종윤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뜻을 이룰 수 있는 준비가 되면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짓고 100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겠다”며 “5년 내 순이익 1조원과 시가총액 50조원 목표를 이루고 장기적으로는 시총 200조원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미약품그룹은 “임종윤·종훈 사장이 말한 시총 200조원 달성은 매우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임 선대 회장이 왜 장남을 확고한 승계자로 낙점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보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송영숙(左), 임주현(右)

송영숙(左), 임주현(右)

날 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그룹은 이번 주총에 장녀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6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기존 한미사이언스 이사 4명에 더해 총 10명의 이사진 전원을 아군으로 채우기 위해서다. 반면에 형제 측은 OCI 통합 저지를 위해 자신들을 포함한 5인을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5명 모두 이사회에 입성할 경우 기존 이사진(4명)보다 다수가 된다.

모녀(21.86%)와 형제(20.47%)의 지분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 지분은 11.66%, 임주현 사장 지분은 10.2%다. 임종윤·종훈 사장의 지분은 각각 9.91%, 10.56%다. 창업주 일가를 제외하고 가장 지분이 많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약 12%)과 국민연금(약 7%)이 표 대결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 표심에 영향을 미칠 의결권 자문사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모녀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에 전원 찬성 의견을 냈으며 형제 측 제안에는 모두 반대했다. 반면 국내 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은 형제 측 손을 들어줬고, 모녀 측 제안을 반대하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중립 의견을 냈다. ISS는 이우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찬성하면서도 임주현 사장 선임은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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