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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권도형, 이르면 내일 한국 송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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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권도형

권도형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33·사진) 테라폼랩스 대표가 해외 도피 2년 만에 한국으로 송환돼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 20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 정부보다 사흘 빨랐다는 점이 주요 근거였다. 권 대표는 이르면 23일 한국 땅을 밟을 전망이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현지 공항에서 위조여권 사용 혐의로 체포됐다.

테라·루나 사건 핵심 피의자가 국내에 모두 송환된 만큼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하동우 부장검사)는 지난달 몬테네그로에서 송환된 권 대표의 측근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차이) 대표를 21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4월에 재판에 넘겨진 신현성 전 차이 총괄대표도 같은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차이는 간편결제 서비스 운영사로 테라와 업무 협약을 맺은 곳이다.

권 대표의 향후 수사와 재판의 핵심 쟁점은 가상자산인 테라·루나의 ‘증권성’ 인정 여부다. 검찰은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암호화폐 루나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투자계약증권이란 투자자가 타인과 공동으로 특정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분배받기로 한 약정이 담긴 증권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 형사재판에서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인정한 사례가 없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2월 신 전 차이 대표에 대한 재산 몰수보전 청구 항고를 기각하며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론 루나 코인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 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블록체인법학회장인 이정엽 변호사는 “현행법이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죄형 법정주의와 충돌해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이 테라·루나를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규정하면 권 대표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예자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국제 코인 범죄에 대한 국내 대응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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