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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선원 대피 시키고 남은 선장…마지막 문자는 "여보 사랑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해상에서 11명이 탄 한국 선적 선박이 전복된 사고와 관련해 60대 한국인 선장이 숨지기 직전 아내에게 "여보 사랑해"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장은 배에 남아 선원들을 모두 대피시켰지만 끝내 자신은 탈출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21일 선사와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선장 A씨는 이날 오후 선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일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870t 규모의 '거영 선(SUN)'호가 전복돼 실종된 지 하루 만에 끝내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선사와 당국은 A씨가 이날 오전까지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A씨가 이날 오전 7시 30분쯤 가족에게 '여보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면 그 시간까지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며 "자세한 내용은 파악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20일 오전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한국 선적의 운반선이 전복됐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무쓰레섬 앞바다에서 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한국 선적의 운반선이 전복됐다. 연합뉴스

A씨는 선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끝까지 배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대학 졸업 직후부터 배를 타기 시작해 경력이 수십 년에 달하며 평소 책임감이 강했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 가족은 "(평소 A씨가) '만약에 사고가 난다면 나는 다 조치하고 가장 마지막에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이번 사고 때도 선원들을 먼저 피신시켰을 것 같은데, 이러한 이유로 구조가 늦게 이뤄진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숨진 기관장의 가족들도 "선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끝까지 배에 남아 선실에서 발견된 선장님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선사에 따르면 이 선박은 지난 18일 오후 2시 30분에 히메지항에서 출항해 울산으로 향했다. 그러다 지난 20일 오전 2시쯤 강풍과 파도가 심해지면서 무쓰레섬 앞바다에 정박했다.

정박 5시간쯤 뒤인 오전 7시쯤 일본 해상보안부는 "배가 기울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사고 선박에는 선장과 기관장 등 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8명, 중국인 1명 등 모두 11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한국인 2명 등 9명이 사망했고 1명은 실종 상태다. 구조된 인도네시아인 1명은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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