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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고물가에 한전 2분기 전기료 동결…43조 적자 탈출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월 19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관리인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19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관리인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오는 2분기(4~6월) 적용될 전기요금이 사실상 동결됐다. 4월 총선을 앞둔 데다 물가 재반등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다만 한국전력이 4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누적 적자를 안고 있어 하반기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전은 2분기 전기요금 산정 내역을 공개하며 연료비 조정단가를 1분기와 같은 1㎾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산정 결과 그동안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2.5원/㎾h’의 단가 인하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됐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한전의 사정을 고려해 인하 요인을 배제하고 현 상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 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되는데 나머지 요금도 따로 인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해 한전은 1·2분기 연속으로 요금을 인상한 뒤 3분기 동결, 4분기엔 대기업에 적용되는 산업용만 ㎾h당 10.6원 인상했었다. 산업용을 제외하면 지난해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요금이 동결된 상태다. 예컨대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사용량인 332㎾h를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은 6만6590원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업계에선 예상된 결과였다는 평가다. 정부가 올해 초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물가가 널뛰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요금 동결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중될 한전의 재정 부담이다. 한전은 2021~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값이 폭등했을 당시 원가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면서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적자액이 43조원까지 치솟았다.

부채도 심각하다. 지난해 총부채가 202조4000억원까지 늘어나 한 해 이자 비용으로만 4조4000억원을 지출했다. 중장기 재무 계획에 따르면 부채는 2027년 226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인건비 감축과 투자 축소·자산매각·희망퇴직 등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적자 때문에 전력망 보수·확충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제까지 동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전이 지난해 약 4조원의 흑자를 낸 것이 요금 인상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데다가 한전이 자회사로부터 3조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받아 재무 상황이 조금 나아진 건 맞다”면서도 “하반기 국제유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여 연내 요금 인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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