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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비둘기 날렸다 '금리 연내 3회 인하'…뉴욕 증시 사상 최고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현재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5연속 동결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향후 금리 기조는 '인하'에 무게추를 뒀다. 최근 물가 불안에도 연내 3차례 금리 인하 예상을 유지한 가운데,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이 오는 6월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Fed는 19~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이러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시장에선 Fed 위원들이 올해 금리 경로를 3차례가 아닌 2차례 인하로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2월 소비자·생산자물가가 예상을 웃도는 강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 '2%'와 멀어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전문가 설문 결과도 2회 인하를 제일 유력하게 봤다.

하지만 20일 FOMC 이후 공개된 점도표(금리 전망 경로표)에선 올해 인하 전망은 3회(각 0.25%포인트)로 변동이 없었다. Fed 위원 19명 중 10명이 '3회'에 손을 들었다. 지난해 12월 FOMC 회의(11명)보다 한 명만 줄었다. 올 연말 금리 수치도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4.6%(중간값)로 예상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2.1%로 대폭 올리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도 2.4%에서 2.6%로 상향한 것과 대비된다.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는 Fed가 금리 조정 시 비중 있게 보는 물가 관련 수치다. 경제 지표가 여전히 탄탄하지만, 긴축 완화 시기를 늦추지 않겠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파월의 입도 긴축 완화를 시사했다. 그는 "(크게 오른) 1∼2월 물가지표에서 너무 많은 신호를 끄집어내지 않았다"면서 신중함을 보였다. 목표치 2%까지 '울퉁불퉁한' 여정을 거치겠지만 점진적인 물가 둔화세가 달라지지 않을 거란 인내심을 드러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Fed가 물가 목표 달성까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더 오래 견딜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Fed가 인하 시기를 놓치면 '과잉 긴축' 부작용이 나타날 걸 우려한다는 분석도 있다. 파월은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시장 위축"이란 표현을 꺼냈다. 실업률 급증 같은 하방 위험을 수차례 언급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Fed 인사들이 급격한 수요 위축 가능성을 걱정한다는 점을 짚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에 따라 Fed가 상반기 중에 금리를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씨티그룹·RBC 등은 "6월 첫 인하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을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75%(한국시간 21일 정오 기준)로 하루 전 59%에서 크게 상승했다. 다만 인하 시기가 뒤로 갈 여지도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FOMC 결과는 기존에 Fed가 밝힌 방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면서 "물가 변수가 남은 만큼 Fed가 7월 이후에야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하던 피벗에 다가서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일제히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로 장을 마감했다. 3대 지수(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S&P 500지수·나스닥지수)가 동시에 고점을 찍은 건 2021년 11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02%포인트 내린 4.27%를 기록했고, 달러화도 FOMC 이후 약세로 전환했다.

한국 시장도 들썩였다. 2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4.72포인트(2.41%) 급등한 2754.8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750 선을 넘은 건 2022년 4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달러 대비 원화값도 17.4원 오른(환율은 하락) 1322.4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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