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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연장한 영국 수련의들 "임금 수준, 카페 바리스타와 비슷"

중앙일보

입력

영국 수련의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연장하기로 했다. 영국 수련의는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 이내의 젊은 의사들로 한국 전공의 역할을 한다. 이들은 카페 바리스타와 비슷한 시간당 임금, 턱없이 낮은 임금 인상률 등에 불만이 폭발했다.

영국 수련의들이 지난 1월 3일 런던 세인트 토마스 병원 앞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수련의들이 지난 1월 3일 런던 세인트 토마스 병원 앞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BBC방송·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의학협회(BMA)가 20일(현지시간) 진행한 파업 기간 연장 투표에서 잉글랜드 지역의 수련의 약 3만4000명(62%) 가운데 98%가 찬성표를 던졌다. 초과근무 거부 등 파업 이외의 쟁의행위의 찬성률도 9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수련의들은 오는 9월 19일까지로 파업 가능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

BMA 소속 전공의들은 지난해 3월부터 그동안 10차례, 총 41일간 파업했다. 올 1월에는 1948년 영국 공공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 창립한 이래 최장기간인 6일간 파업했다. 지난달엔 5일간 파업했다. 파업 전체 기간에 진료·수술 예약이 약 150만 건이 지연돼 NHS에 약 30억 파운드(약 5조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BMA는 "수련의 임금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면서 "수련의 1년 차의 시간당 임금이 14.09파운드(2만4000원)로, 영국 카페 프레타망제 바리스타(14.10파운드)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008년 이후 수련의 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적으로 26%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영국 보건경제국(OHE) 연구 결과 의료계 전체가 지난 16년 동안 상당한 소득 감소를 경험했다.

런던의 한 종양학 수련의는 "내 급여는 쓰레기(rubbish)"라면서 "이 직업을 위해 시간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안과 수련의 생활을 그만둔 이는 "폭등한 가스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일을 관뒀다"고 토로했다.

이에 수련의들은 35%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요구가 합리적이지 않고 감당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대변인은 "이번 회계연도에 수련의들에게 최대 10.3% 급여 인상을 제공했고, 추가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혔는데도 파업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NHS는 영국의 대표적인 의료보장제도다.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받는 대신 세금으로 운영한다. 일부 개업 의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사는 NHS 병원에 소속돼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가파른 물가 상승 등으로 국가 재정이 위기에 빠지고 공공의료 예산이 삭감되면서 임금 문제, 업무 가중 등에 대한 의료진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는 간호사·구급대원·전문의 등도 대규모 파업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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