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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약속 여자를 190번 찔렀는데 우발범행?" 딸 잃은 엄마 절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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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약속한 동거남에게 흉기로 190여차례 찔려 살해당한 피해자의 유가족이 법정에서 가해자가 합당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탄원했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A씨(20대)의 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의 모친은 그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190여회나 찔렀는데 어떻게 우발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이해되질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모친은 "1심 판결문에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선 아무런 말이 없었고, 피고인 사정만 전부 받아들여졌다"며 "프로파일러 분석은 인용되지 않고, 피고인의 진술만 인용됐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구조금을 받았는데 이게 양형에 참작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가 저를 배신하고 국가가 저를 상대로 사기 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피고인을 향해서도 "죗값 달게 받고 나오면 용서하겠다. 제대로 죗값 받고 나와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24일 낮 12시 59분쯤 강원 영월군 한 아파트에서 동거하던 20대 여성 B씨를 집에 있던 흉기로 190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결혼을 전제로 B씨와 동거 중이던 A씨는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던 중에 B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자 격분한 나머지 범행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직접 112에 전화해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씨가 층간 소음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던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공판 검사는 "부검 서류를 봤는데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안타까웠다. 피해자가 이렇게 죽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징역 25년 구형도 개인적으로 적다"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변호인은 "이 사건 이전에 두 사람 간 특별한 싸움이나 갈등이 없었다"며 "이웃 간 소음과 결혼 준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변론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왜 범행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을 못 하고 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살인) 행위가 끝나고 자기 목을 찔러 죽으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전에 폭력 성향도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진술을 위해 쪽지를 준비해왔으나 계속 흐느낀 탓에 법정에서 진술하지 못한 채 재판부에 쪽지를 제출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7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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