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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적고 농지 취득, 항공권 뻥튀기…창원시 공무원 잇단 비위

중앙일보

입력

농사 안 짓는 공무원인데 직업이 ‘주부’라면서 농지를 취득했다. 항공비를 허위로 부풀려 해외 출장비를 더 챙긴 공무원도 있었다. 공사가 이미 끝났는데 현장 감독 업무에 필요한 피복비를 받아간 직원도 있었다. 경남도 감사위원회(도 감사위) 종합감사를 통해 드러난 경남 최대 도시인 창원시 소속 공무원들의 비위 행위다.

축구장 2배 농지 취득…공무원이면서 주부?

농민이 트렉터로 논을 갈고 있다.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뉴스1

농민이 트렉터로 논을 갈고 있다.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뉴스1

20일 도 감사위에 따르면 창원시 한 간부공무원(5급·과장)은 2008년부터 2020년 사이 총 1만4581㎡ 규모(15필지) 농지를 취득했다. 축구장(7140㎡) 2배 규모다. 그런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는 과정에서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직업을 공무원이 아닌 ‘주부’라고 쓰거나 기재하지 않기도 했다. 노동력 확보 방안은 ‘자기 노동력’이라 썼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 농지(1만844㎡)는 직접 경작하지 않고 불법 임대했다고 도 감사위는 밝혔다.

현행 농지법상 원칙적으로 농지는 농사지을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른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다. 질병, 징집, 취학, 선거에 따른 공직 취임과 기타 법령에서 규정한 여러 사유 이외에는 농지를 임대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와 함께 창원시 한 구청 공무원도 ‘직업-미기재’, ‘노동력 확보 방안-자기노동력’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여러 필지의 농지 4638㎡를 취득했다. 하지만 본인이 농사를 짓지 않고 임대하는 등 농지법을 위반했다. 이외 직업을 ‘농업 또는 직장인’으로 쓰거나 미기재하는 등 농지취득자격증명 신청을 부적정하게 한 시 공무원 4명도 추가로 적발됐다. 도 감사위는 간부공무원 등 2명에게 중징계, 나머지는 훈계 처분할 것을 창원시에 요청했다.

허위 증빙자료로 해외출장 항공비 뻥튀기

항공기가 이륙하는 모습.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항공기가 이륙하는 모습.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창원 다른 공무원 5명은 ‘해외 선진도시 현지 시찰 계획’에 따라 지난해 4월 3박5일 일정의 국외출장을 떠나면서, 항공비를 부풀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사에서 1인당 160만4700원짜리 항공권을 발행·이용했으면서도, 정작 여비를 청구할 때는 B사의 213만9900원짜리 허위 견적서(인보이스)를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1인당 항공비로 53만5200원을 더 챙긴 셈이다. 이 바람에 창원시는 총 267만6000원의 손해를 봤다고 한다.

이들 공무원은 도 감사위가 전자항공권 등 자료를 요구하자 B사에서 발행한 213만9900원의 허위 전자항공권을 제출하기도 했다. 도 감사위는 이들 공무원에게 경징계 처분 등을 내리도록 창원시에 부정하게 수령한 여비의 5배에 해당하는 1338만원(개인당 267만6000원)을 가산 징수하도록 했다.

공사 끝났는데, 현장감독용 피복비 지급

공사 현장.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공사 현장.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시의 또 다른 공무원들은 현장 공사감독공무원에게 주는 피복비를 부적정하게 지급했다. 현행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상 시설부대비로 주는 피복비 지급 대상은 현장 공사감독공무원으로 한정돼 있다. 일시적으로 현장 감독·점검에 참여하거나 기성·준공 검사하는 사람 등에게는 여비만 지급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시 공무원 7명은 용역감독공무원이나 담당 계장에게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37만8000원 상당 피복비를 지급했다. 심지어 공사가 끝난(준공) 지 13일이 지난 탓에 지급할 이유가 없는데도 피복비 20만원을 준 공무원도 있었다. 부정하게 집행된 피복비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8차례 걸쳐 199만4000만원으로 조사됐다. 도 감사위는 피복비를 받거나 지출 처리한 담당 공무원들에게 ‘주의’ 처분하도록 창원시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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