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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버니 샌더스가 띄운 ‘주4일제’ 논의…“만족도 향상” vs “생산성 저하”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열린 상원 보건ㆍ교육ㆍ노동ㆍ연금위원회에 출석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EPA=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에서 열린 상원 보건ㆍ교육ㆍ노동ㆍ연금위원회에 출석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EPA=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이 최근 띄운 화두 ‘주4일 근무’ 도입론을 놓고 미국 내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초과근무 수당 지급 기준이 되는 표준 근로시간을 주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 한쪽에선 직장 만족도 향상 및 부의 불평등 완화 효과 등을 이유로 찬성하는 반면 기업계와 보수 진영 등 다른 쪽에선 생산성 저하 및 국가경쟁력 약화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WP 기고 “급진적 아이디어 아니다”

샌더스 의원은 19일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과 함께 급여 삭감 없는 주4일 근무제 도입을 거듭 주장하는 공동 기고문을 워싱턴포스트(WP)에 실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2022년 기준 미국 근로자는 일본ㆍ영국ㆍ독일 근로자보다 연간 각각 204시간ㆍ279시간ㆍ470시간 더 많은 일을 한다”며 “그럼에도 미 근로자 평균 주급은 물가인상률 반영시 50년 전보다 대략 50달러가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급여 손실 없는 주32시간 근무가 실현될 때”라며 “이는 급진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벨기는 이미 주4일제를 도입했고 프랑스 주35시간, 노르웨이ㆍ덴마크 주37시간 등 다른 선진국도 이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고 했다.

샌더스 의원이 낸 법안은 라폰자 버틀러 상원의원(민주당)과 공동 발의됐으며, 하원에서는 마크 타카노 의원(민주당)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1940년 주당 표준 근무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제한한 이후 84년간 고수됐던 것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19일(현지시간)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과 함께 급여 삭감 없는 주4일 근무제 도입을 주장하는 공동 기고문을 워싱턴포스트(WP)에 실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은 19일(현지시간)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과 함께 급여 삭감 없는 주4일 근무제 도입을 주장하는 공동 기고문을 워싱턴포스트(WP)에 실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공화당 “주32시간은 나쁜 정책”

하지만 공화당은 주4일제가 결과적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업자, 근로자의 피해로 돌아온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 등의 급여 부담을 높이게 되고 여력이 없는 업체에서 근로자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샌더스 의원이 주32시간 법안을 발의한 지난 14일 그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원 보건ㆍ교육ㆍ노동ㆍ연금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주32시간 근무는 나쁜 정책이다. 일자리의 해외 이전으로 이어지고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학계 등 전문가 사이에서도 입장차가 팽팽하다.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Autonomy)’와 비영리단체 ‘주4일제 글로벌(4 Day Week Global)’ 등이 2022년 6개월간 주4일 근무제 시범 운영을 했는데 여기에 참여한 영국 기업 61곳 중 최소 54곳(89%)이 지난 2월 현재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미 CNBC에서 나왔었다. 31곳(51%)은 주4일 근무로 영구 전환했다고 한다.

“실험 결과 훌륭”vs“생산성 떨어져”

‘주4일제 글로벌’을 이끌며 시범운영 후속연구 보고서를 집필한 줄리엣 쇼어 보스턴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험 결과는 훌륭했다. 연구 결과는 근무시간 단축의 긍정적 효과가 실제적이며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실험에 참여한 기업의 60%는 금요일에 쉬는 모델을 택했으며 나머지는 회사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을 썼다고 한다.

이같은 실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쪽도 있다. 미 인적자원관리협회(SHRM)에 따르면, 워싱턴대 올린 비즈니스스쿨의 리버티 비터트 교수는 “실험에 참여한 기업들은 근무시간 단축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2022년 발표된 일본의 한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은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주당 근무시간을 46시간에서 30시간으로 줄였는데 경제 생산이 2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인적자원정책협의회 로저 킹 고문은 회사 입장에서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면 직원을 더 고용해야 할 텐데 그럴 여력이 없는 곳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유연성”이라고 말했다.

법안 통과 쉽지 않을 듯

이렇게 찬반이 엇갈리는 만큼 샌더스 의원이 낸 법안이 실제 통과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앞서 2021년 타카노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난관에 부딪혔다. 직종마다 업무 속성이 다르고 기업 손실이 장기적으로 근로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2020년 3월 15일(현지시간) 미국 CNN의 워싱턴 DC 지국 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조 바이든(왼쪽) 후보와 버니 샌더스 후보가 서로 팔꿈치를 부딪치며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0년 3월 15일(현지시간) 미국 CNN의 워싱턴 DC 지국 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조 바이든(왼쪽) 후보와 버니 샌더스 후보가 서로 팔꿈치를 부딪치며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0년 대선 경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현 대통령)와 경쟁관계였다가 ‘바이든 지지’ 선언을 하며 힘을 보탠 샌더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경제정책의 '좌클릭'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WP에 따르면,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해 가을 백악관에서 바이슨 대통령을 만나 재선을 위해서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주안점을 두어 진보적 정책을 강화하고 부자 증세 등 평등 정책에 반대하는 대기업 등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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