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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대냐 단독의대냐”…윤 대통령이 불 댕긴 ‘전남 의대’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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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전남지역 대학교 두 곳의 통합 의과대학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1월 25일 목포대와 순천대가 단일 의대 설립 방안에 합의한 직후 한 말이다. 그는 두 대학교의 공동 의대 설립에 환영의 뜻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전남지역의 의대 신설은 양 대학을 필두로 1990년대부터 추진됐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명칭부터 생소한 ‘공동 의대’는 전남에 의대를 세우려는 고육지책이다. 두 국립대가 힘을 합쳐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의 의료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취지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각각 전남 서부와 동부에 의대 설립을 추진해오다 올해 들어 통합 의대에 합의했다.

김영록 전남지사 등이 지난 1월 25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남지역 의과대학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록 전남지사 등이 지난 1월 25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남지역 의과대학 유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 의대 설립은 전남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높여온 현안이다. “필수·공공의료 기반 확충 차원에서라도 의대를 신설해 달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18일에는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서동욱 전남도의회 의장 등이 국회 앞에서 의대 설립을 요구하는 삭발식을 열기도 했다.

김 지사는 공동 의대 합의 후 “전남은 사실상 의료공백 상태”라며 캐나다 노던 온타리오 의대를 롤모델로 제시했다. 통합 의대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캐나다 사례처럼 전남 서부와 동부에 공공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취지다. 노던 온타리오 의대는 1000㎞ 거리의 서부캠퍼스와 동부캠퍼스에 각각 의대를 운영하고 있다.

30여 년간 지지부진했던 전남지역 의대 설립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전남 의대 신설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 대란 속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은 전남지역 의대 설립의 청신호처럼 여겨졌다.

전남도는 윤 대통령의 발언 닷새 만인 지난 19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전남 국립 통합 의대 신설’을 정식 건의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계획에 전남 의대 신설을 포함해 달라는 게 골자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논쟁이 불거졌다. 순천시와 순천대 등이 통합 의대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다. 순천대 등은 윤 대통령의 발언 중 ‘의견 수렴’ 부분을 강조하며 단독 의대 쪽으로 유치 방향을 바꿨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당시 “국립 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윤 대통령이 의대 신설의 길을 열어준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양새다. 이번에 불거진 공동, 혹은 단독 의대 논쟁을 넘어서 어떻게든 의대를 유치할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도 연일 밝히고 있다. 전남도가 여러 논쟁 속에서 의대 설립을 이끌어낼 솔로몬의 지혜를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