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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역사상 가장 더웠다"…세계기상기구의 충격적 숫자들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한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한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년은 모든 기후 지표를 경신한 해였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 협정의 1.5도 하한선에 이렇게 근접한 적은 없었습니다.

셀레스테 사울로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기후변화 지표가 전례 없는 기록을 썼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육지와 바다, 빙하 등 전지구적인 기후변화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뜻이다.

WMO가 19일 공개한 ‘2023년 전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45도(±0.12)가량 높았다. 기상 관측 174년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될 정도로 세계 곳곳이 고온 현상을 겪었다. 특히, 엘니뇨가 발생한 6월부터 12월까지는 매달 기온 기록을 경신했으며, 9월에는 이전 기록을 큰 폭(0.46~0.54도)으로 넘어섰다.

평년(1991–2020년) 대비 2023년 전지구 기온 편차. 붉은색이 진할수록 기온이 높았다는 뜻이다. 세계기상기구 제공

평년(1991–2020년) 대비 2023년 전지구 기온 편차. 붉은색이 진할수록 기온이 높았다는 뜻이다. 세계기상기구 제공

달궈진 바다에 남극 해빙 무섭게 녹아 

해수면 온도와 해양열 역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육지 못지않게 바다도 뜨거웠다는 것이다. 전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4월부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해양 열용량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바다의 폭염으로 불리는 ‘해양열파’ 현상도 어느 해보다 강하게 나타났다.

왼쪽 그래프는 남극 빙하 면적 변화. 2023년 해빙 면적(붉은선)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오른쪽 그림은 2023년 9월 10일 기준 평년(노란선) 대비 남극 면적. 세계기상기구 제공

왼쪽 그래프는 남극 빙하 면적 변화. 2023년 해빙 면적(붉은선)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오른쪽 그림은 2023년 9월 10일 기준 평년(노란선) 대비 남극 면적. 세계기상기구 제공

이렇게 바다가 달궈지면서 남극과 북극의 해빙(Sea-ice)은 무서운 속도로 녹았다. 특히, 남극의 해빙 면적은 지난해 2월에 위성 시대(1979년) 사상 최저 기록에 도달했으며, 6월~11월 초까지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북극 해빙과 그린란드 빙상(Ice sheet)의 면적도 큰 폭으로 손실됐다.

“주요 온실가스 모두 기록적 수준 도달”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주요 온실가스 지표들도 모두 이전보다 악화했다. 세 가지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의 관측 농도는 2022년에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2023년에도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산화탄소는 산업화 이전 대비 50% 높은 수준”이라며 “이산화탄소의 긴 수명은 앞으로 몇 년간은 기온이 계속 상승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식량 위기 두 배 이상 증가…“막대한 경제적 손실 초래”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상공이 연기로 뒤덮였다. AFP=연합뉴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 상공이 연기로 뒤덮였다. AFP=연합뉴스

극한 기상으로 인한 피해도 어느 때보다 심했다. 남부 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는 7월 하반기에 극심한 폭염이 발생해 이탈리아는 48.2도까지 기온이 치솟았고, 튀니지(49도)와 모로코(50.4도)도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캐나다는 산불로 피해를 입은 면적이 예년의 7배가 넘었고, 56억 달러(7조 5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본 하와이 산불의 경우 100년 이상의 기간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산불로 기록됐다.

이런 극심한 기후 조건은 심각한 식량 불안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식량 위기에 처한 사람의 수가 코로나19 이전 1억 4900만 명에서 지난해 3억 330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울로 사무총장은 “폭염, 홍수, 가뭄 등은 모든 대륙에 큰 피해를 줬고 막대한 사회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며 “특히 불균형적인 영향을 받는 취약 계층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기후금융 1조 달러 돌파했지만…“6배 더 늘려야”

영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AFP=연합뉴스

영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AFP=연합뉴스

이번 보고서는 이전 보고서에서 다뤘던 온실가스와 온도·해양 외에 재생에너지와 기후 금융 부문도 분석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용량은 전년보다 50% 증가한 510GW(기가와트)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관측된 가장 높은 재생에너지 비율이다.

전 세계 기후금융 규모 역시 2021~2022년에 1조 3000억 달러였는데 이는 2019~2020년의 두 배 수준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아직 추적된 기후 금융 흐름은 전 세계 GDP의 1%에 불과하다”며 “1.5도 억제를 위한 시나리오에서 연간 기후 금융 투자는 6배 이상 증가해 2030년까지 약 9조 달러에 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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