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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의 ‘최·장’ 갈등…오늘 주총서 표 대결, 결과는

중앙일보

입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 고려아연·영풍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 고려아연·영풍

19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동창업주 집안인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표 대결이 벌어진다. 갈등 쟁점 중 배당금 증액은 가결, 정관 변경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주총 결과에 따라 당장 고려아연 경영에 변화는 없지만, 두 집안의 감정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은 주총을 앞두고 최근 갈등을 보였다. 최 회장의 고려아연이 올린 주총 안건에 장 고문의 영풍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영풍이 반대하는 안건은 일단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의 건이다. 고려아연은 2차전지 소재 등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해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만 규제하는 정관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2차전지 사업은 공급망이 중요하다. 신주발행을 통해 협력 기업과 지분을 섞으면 관계가 더 끈끈해져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풍은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영풍은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배당안(재무제표 승인의 건)에도 “1만원으로 올리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지난해 11월 15일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에서 열린 고려아연-켐코 올인원 니켈 제련소 기공식.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5일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에서 열린 고려아연-켐코 올인원 니켈 제련소 기공식.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75년간 동업, 갈등의 시작은

과거 최·장씨 집안의 관계는 끈끈했다. 고려아연이 속한 대기업집단 영풍그룹의 모태가 된 영풍기업사는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명예회장이 공동창업했다. 최윤범 회장은 최 명예회장의 손자며, 장형진 고문은 장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두 가문은 공동경영으로 무역·수산업에서 시작한 사업을 광업과 제련업으로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 1974년 설립한 기업이 고려아연이다. 이후 최씨 집안은 고려아연 중심으로, 장씨 집안은 ㈜영풍과 전자 계열사 중심으로 경영을 하며 공동으로 기업 지분을 소유했다.

3세 경영으로 이어지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에 오른 최 회장은 기존 금속 제련 중심에서 2차전지 소재, 그린 수소, 자원순환 등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해갔다. 2018년 6조8833억원이던 매출은 2022년 11조2194억원으로 63.0% 상승했다. 최 회장은 이 과정에서 2022년 투자금 확보를 위해 한화의 외국 합작법인 한화H2에너지USA를 대상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사건은 갈등의 씨앗이 됐다. 영풍 관계자는 “장 고문과 논의 없이 이뤄진 일”이라고 했다. 고려아연 이사회였던 장 고문은 당시 회의에 불참하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유상증자를 하면 장씨 가문 지분율은 줄어들고, 최 회장 우호 지분율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신주 발행 관련 정관 개정에 장 고문이 유독 예민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백경서 기자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백경서 기자

계열분리 가능성도?

2022년 이후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각자 지분을 확보하며 지분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장씨 일가와 영풍 등이 33.2%, 최씨 일가와 우호 지분이 32.0%다. 이를 고려하면 최 회장이 추진한 정관 변경건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가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도 “부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배당안은 최 회장이 추진한대로 주당 5000원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배당안은 일반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과반 동의만 얻으면 된다. 지분율 약 7%인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 보터(결과를 바꿀 투표자)인데, 국민연금은 배당안에 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은 그대로’, ‘배당은 5000원’으로 최씨 집안과 장씨 집안의 1대1 결과로 주총은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배당은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고려아연 주총 열릴 때마다 영풍이 반대하는 식으로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며 “사이 좋은 공동경영도 3세로 넘어가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계열 분리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를 하려면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으로 줄여야 하는데 최씨 일가가 지분 매입에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해 쉽지 않다. 또 영풍그룹에서 가장 현금흐름이 좋은 고려아연을 장씨 일가가 포기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고려아연의 영업이익은 2022년 9192억원, 지난해 6599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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