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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묵은 사건 신속처리 나섰다…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 직접 재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가운데)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장기미제사건 전담 재판부의 첫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장은 이날 13건의 사건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가운데)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장기미제사건 전담 재판부의 첫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장은 이날 13건의 사건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이 사건은 2019년 5월에 재판한 뒤로 멈춰 있네요.”

18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B206호 법정. 지난달 부임한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이 법대에 앉아 재판을 지휘했다. 2014년에 시작됐지만 2019년에 멈춘 재판을 5년 만에 다시 열었다. 뒤이어 진행한 사건들은 모두 사건 번호가 2018, 2019, 2020으로 시작했다. 각 2018년, 2019년, 2020년에 시작됐지만 여전히 1심 진행 중인 사건이란 얘기다. 김 법원장은 이날 재판 진행에 앞서 “정체되고 미뤄진 사건을 담당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열심히 재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재판 지연’을 당면한 과제로 꼽았던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후 법원마다 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장기미제사건 전담재판부’를 만들었다. 통상 접수된 지 3년이 지나면 ‘장기 미제’라 부르지만 이날 재판처럼 5~10년 된 사건도 많다. 서울행정법원은 각 재판부의 고분쟁 장기 미제 사건을 모아 이 전담재판부로 보냈다. 법원장이 솔선수범해 가장 오래되고 어려운 사건을 처리하게 됐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장 재판은 지난 14일 수원지방법원장 재판에 이어 두 번째 법원장 재판이다.

“진행하겠습니다. 관련 사건 항소심, 상고심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김 법원장은 이날 13건의 사건을 진행하며 ‘기다릴 수 없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행정소송만 있지 않고 형사소송 등 다른 법원 재판도 걸려 있는 경우 그 결과를 지켜보느라 행정소송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가 자신이 받은 징계에 불복해 2020년에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 취소 소송은 이날 3년 만에야 열렸다. 해당 교수가 형사 재판에도 넘겨져 그간 그 결과를 기다렸다고 한다. 김 법원장은 “그간 형사사건 1심 판결 결과를 보기 위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기로 한 거로 돼 있는데, 1심 판결이 나왔으니 저희 재판하겠다”고 했다.

교수 측 변호사가 “2심이 6월이면 끝나는데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김 법원장은 “상고하면 또 대법원 판결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관계에 대한 것은 형사사건에서 증거 조사하기도 하지만, 피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도 사실관계를 토대로 결론에 이른 것일 텐데 그 과정을 우리가 재심사하는 것이 행정재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진행된 재판 중에는 지난 1월 초등학생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들려 보내 학부모가 몰래 녹음한 것은 불법이라 아동 학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교사가 낸 정직처분 취소 소송도 포함돼 있었다. 교사 측 변호사가 “대법원에서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기 때문에 행정사건에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 법원장은 “행정재판에서는 증거 능력 관련해선 형사소송법이 아니라 민사소송법을 적용한다”며 “형사 사건에서 그랬으니 행정 사건에서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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