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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직 한달…정부, 빅5 병원장에 "대화 기회 마련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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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째 접어들었지만,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연일 촉구하면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 사퇴를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간부 2명에 3개월의 면허 정지가 내려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의대 교수 사직 결의 확산 

33곳 의대 교수들이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조건없는 대화를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국민과 대통령실의 눈을 가리고 품위없이 망언을 일삼는 조 장관과 박 차관의 해임을 원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성명서에서 “이번 사태로 교수들도 사직 전에 순직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복지부는 의료인에 대한 압박, 매도로 일관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라며  조 장관과 박 차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런 사태를 두고 “(총선 때문에) 4년마다 주기적으로 벌이는 의료 포퓰리즘 이벤트”라고 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이 날 시기를 앞당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교수들의 사직 결의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전국 40곳 의과대학 중 절반인 20곳의 교수 비대위가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마지막 날인 25일로 사직 시기를 합의한 상태다. 다른 의대들로도 속속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울산대(서울아산)·가톨릭대(서울성모)·성균관대(삼성서울) 등 빅5 수련병원을 둔 의대에서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 결의를 한 데 이어 이날 서울대와 연세대 의대도 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에 대해 논의했다.

장관, 병원장들 만나 협조 당부 

복지부는 사직 결의가 교수 집단으로 확산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의 거듭된 당부에도 이러한 의사(사직서 제출)를 표명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날 빅5 병원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와 교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서지 않도록 협조를 당부한 데 이어 19일에는 국립대병원장들과 만난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이 주말을 맞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이 주말을 맞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병원에 근무하는 젊은 의사들이 직접 대화할 기회를 마련해달라"고 병원장들에게 요청했다. 조 장관은 "앞으로도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요 5개 병원장은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중증·응급환자 및 난도 높은 치료에 모든 진료 역량을 쏟고 있지만, 병원 내 의료진들의 체력적 소진이 커 진료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가체계 개편 속도, 의협 간부에 첫 징계

정부는 이날 저평가된 입원·수술·처치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돈)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행위별 수가제에서 가치기반 수가제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수가를 정할 때 기본이 되는 의료행위별 가격인 상대가치 점수를 우선 재조정하는 방식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영상·검사 분야는 고평가되어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의료인의 행위보다는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에 대한 보상이 커졌다”라며 “상대가치점수 개편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이후 연 단위 상시조정체계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어“상대가치 제도에 반영되지 않는 대기시간, 업무난이도, 위험도 등을 반영하거나 소아나 분만 등 저출산으로 인한 저수익 분야의 사후보상제도와 네트워크 보상 등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를 적용해 제대로 보상하겠다”고 했다.

당초 필수의료에 2028년까지 10조원 투자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화상과 수지접합, 소아외과, 이식외과 등 외과계와 심뇌혈관 질환 등에 5조원 이상을 집중 투입한다. 분만과 소아·청소년과 분야에 3조원 이상, 심뇌혈관 및 중증소아 네트워크 등에 2조원을 보상하기로 했다.

18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정부는 의협 비대위를 이끄는 김택우 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등 2명에 첫 3개월(4월 15일~7월 14일)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행정처분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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