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친 입에 바이든 ‘조크’…"오바마와 싸우고 있나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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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성 패트릭의 날’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습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성 패트릭의 날’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습니다. EPA=연합뉴스

“나는 2020년에 이긴 적 있는 같은 남자를 상대하고 있는데 그에게 얘기하지는 마세요. 그는 자신이 버락 오바마를 상대로 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드아이언(Gridiron)’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재로 던진 농담이다. 1885년부터 매년 3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이 만찬 행사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저명인사가 초청돼 거침없는 조크와 촌철살인 같은 유머로 세태를 풍자한다. ‘석쇠’(Gridiron)라는 클럽 이름처럼 굽고 들볶지만, ‘그을리되 태우지는 않는다’(singe but never burn)는 모토대로 선을 넘지는 않는다는 전통을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날 뼈있는 농담을 여러 차례 ‘투척’ 했다. 그는 “이번 주 가장 큰 뉴스는 두 명의 대통령 후보가 (민주ㆍ공화) 각 당 후보로 확정됐다는 것”이라면서 “한 후보는 너무 늙었고 대통령이 되기에는 정신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다른 한 명은 바로 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81세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살 아래인 77세인데 트럼프를 두고 “너무 늙었다”고 한 것은 자신의 고령 리스크를 ‘자기비하 개그’ 형식으로 역설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령’ 바이든, 나이 소재 ‘자기비하 농담’

이날 만찬장에 오후 7시쯤 딸 애슐리 바이든과 함께 입장한 뒤 3시간이 지난 오후 10시 넘어 연설을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6시간이나 지났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겨루게 될 바이든 대통령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몇 차례 혼동한 것을 겨냥해선 “자신이 오바마를 상대로 뛰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또 “우리의 가장 큰, 또 다른 차이는 나는 내게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안다는 것이다. 난 (아내) 질 바이든의 남편이고 난 그녀의 이름을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논란을 겨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중견 언론인 모임 만찬 행사를 마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중견 언론인 모임 만찬 행사를 마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만찬장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부군 더글라스 엠호프, 국무위원 12명, 아일랜드ㆍ에스토니아 총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바이든은 리오 버라드카 아일랜드 총리의 참석 사실을 언급하면서 “총리가 의회를 한 번 보더니 기네스(맥주)를 하나 더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보 지원 패키지 예산안 등이 정체 상태인 의회의 답답한 상태를 꼬집은 말로 풀이됐다.

콕스 주지사, ‘매코널 얼음’ 재연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를 대신해 급히 무대에 오른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연설을 앞두고 내 친구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몇 가지 아이디어를 구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다가 갑자기 ‘얼음’ 상태가 됐다. 올해 82세의 매코널 원내대표가 지난해 8월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말을 멈추고 약 30초간 ‘얼음’ 상태에 빠진 일을 떠올리게 했다.

콕스 주지사는 잠시 후 “매코널은 역시 말을 하지 않아야 할 때를 잘 안다”고 해 좌중이 탁자를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연설이 끝나자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먼저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선 지면 피바다 돼”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집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멍청한 대통령”이라고 여러 차례 비난하는 등 독설을 퍼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반달리아에서 열린 공화당 소속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 후보 지원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반달리아에서 열린 공화당 소속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 후보 지원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반달리아에서 열린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지원 유세에서 “중국이 멕시코에 거대한 차 공장을 짓고 있다”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하면 나라가 피바다(blood bath)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바다’의 뜻과 관련해 트럼프 선거 캠프 캐롤라인 리빗 대변인은 이날 NBC 인터뷰에서“바이든 대통령 재집권 시 미국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피바다를 일으킬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부 국경 강화 기조도 고수했다. 그는 미국 내 불법 체류 이민자를 향해 “사람도 아니다. 그들을 사람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뒤 “동물들”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거친 표현을 여러 차례 입에 올리게 된 배경과 관련해 CNN은 “연설 현장에 강풍이 불어 트럼프가 프롬프터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준비된 원고대로 연설하기보다 즉흥적 발언이 많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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