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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황대헌이야? 두 번 충돌 당한 쇼트트랙 박지원 , 金 날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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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m 결승에서 넘어진 뒤 좌절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 AP=연합뉴스

1000m 결승에서 넘어진 뒤 좌절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 AP=연합뉴스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대표팀이 노골드에 머물렀다. 황대헌(25·강원도청)과 박지원(28·서울시청)이 두 번이나 부딪혔다. 팬들은 황대헌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쇼트트랙 커뮤니티에선 황대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18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남자 1000m 결승에서 추월하던 박지원을 넘어뜨렸기 때문이다. 7번째 바퀴를 돌면서 박지원이 인코스로 선두로 달리던 황대헌을 추월하는 순간 황대헌의 손이 박지원의 몸에 닿았고, 균형을 잃은 박지원은 넘어졌다.

결국 황대헌은 4위로 골인했고, 박지원은 완주하지 못했다. 곧바로 비디오 리플레이 심판이 확인했고, 이미 코스를 빠져나간 박지원을 건드린 황대헌은 페널티를 받아 실격당했다. 우승후보인 둘인 무너지면서 윌리엄 단지누(캐나다)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따냈다.

전날 1500m 결승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박지원이 선두로 나섰고, 황대헌이 안쪽을 파고들어 앞질렀다. 황대헌은 1위로 올라선 뒤 끝까지 내달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고, 박지원은 추월 과정에서 부딪히는 바람에 속도가 줄어 7명 중 가장 마지막에 골인했다. 그러나 황대헌의 반칙이 확인되면서 황대헌은 실격됐다. 박지원은 남자 5000m 계주에도 결장했다. 다행히 부상 정도가 심각하진 않았다.

황대헌(왼쪽 둘째)과 충돌해 넘어지는 박지원(왼쪽 셋째). 황대헌은 실격됐다. AP=연합뉴스

황대헌(왼쪽 둘째)과 충돌해 넘어지는 박지원(왼쪽 셋째). 황대헌은 실격됐다. AP=연합뉴스

황대헌이 박지원에게 반칙을 한 건 이번 시즌에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도 앞서 달리던 박지원을 뒤에서 밀쳤다. 심판진은 황대헌에게 옐로카드(YC)를 부여했다. 옐로카드는 아주 위험한 반칙을 했을 때나 주어지며, 그 대회에서 딴 모든 포인트가 몰수된다.

박지원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개인전 2관왕에 오른 에이스다. 올 시즌도 월드컵 종합랭킹 1위에 오르며 2년 연속 크리스탈 글로브를 받았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황대헌이 1년간 휴식하느라 빠졌던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노메달로 마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세계선수권 최상위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국가대표 자동 선발권을 놓쳤다. 다음 달 열리는 국내 선발전에 출전해야 한다. 국제대회 이상으로 국내 선발전(8위 이내 입상)은 치열하다. 태극마크를 달더라도 상위 3위 안에 들어야 개인전에 나갈 수 있다.

2024~25시즌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않으면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없다. 더이상 군복무를 연기하기 힘든 상황이라 최악의 경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 도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박지원은 "정신이 너무 없긴 한데, 느낌으로는 잡아당겨 지는 느낌이 들었고 몸을 주체할 시간이 없었던 같다. 그래서 펜스에 부딪혔고, 서서 넘어져서 몸에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순간 정신이 또렷하게 서 있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변수가 없던 경기를 만들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또 변수가 나왔다. 어쩌면 이게 또 쇼트트랙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게 열심히 하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팀 동료와의 충돌에 대한 질문엔 "어떻게 말씀드릴 부분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황대헌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취재 구역을 빠져나갔다. 황대헌은 17일 1500m 결승 경기를 마친 뒤 "최선을 다하다가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박)지원 형한테도 바로 사과했다. (충돌에 대해선)노코멘트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두 번째 실격 이후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계선수권 남자 쇼트트랙 2관왕에 오른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공동취재단

세계선수권 남자 쇼트트랙 2관왕에 오른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공동취재단

남자 대표팀은 결국 이번 대회에서 한 개의 금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박지원이 빠진 가운데 황대헌, 김건우(스포츠토토), 이정민(한국체대), 서이라(화성시청)가 결승에 나섰으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막판 스퍼트한 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남자 500m까지 2관왕에 오른 린샤오쥔은 한국 취재진에게 "5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가져왔는데 여기까지 오기까지 힘들었다. 정상에 있다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열심히 준비했고 이번에 그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쇼트트랙 팬들은 황대헌의 충돌에 대해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다. 과거 임효준, 박인욱과도 태극마크가 걸린 상황에서 부딪힌 적이 있다는 이유다. 고의는 아니더라도 위험한 스케이팅을 한 건 사실이다. 쇼트트랙 경기 특성상 그런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선수권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길리. 공동취재단

세계선수권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길리. 공동취재단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김길리(21·성남시청)는 재경기 끝에 1000m 은메달을 따냈다. 선두를 달리던 하너 데스멋(네덜란드)에 밀려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이 넘어졌고, 김길리,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스월드(미국)까지 휩쓸렸다. 데스멋은 페널티를 받았고 재경기가 열렸다. 김길리는 앞선 충돌로 얼굴을 다쳤지만 투혼을 발휘해 산토스-그리스월드에 이어 2위로 골인했다.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선 김길리, 이소연(스포츠토토), 박지윤(서울시청), 심석희(서울시청)가 출전했지만, 레이스 막판 김길리가 넘어지면서 4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김길리는 이번 대회 모든 경기를 마친 뒤 "1000m 은메달은 기분 좋지만, 마무리인 계주에서 저 때문에 메달을 놓친 것 같아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로 대회를 마감했다. 안중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작년보다 발전한 선수가 있다는 게 좋은 점이었다. 남자선수들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지만, 성적이 좋지 못해서 아쉽다. 계주도 아쉬운 결과로 이어져서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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