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탑재 가능 신무기 배치 줄줄이 지연, 왜 [밀리터리 브리핑]

중앙일보

입력

11일(현지 시각) 미국 국방부가 8498억 달러 규모의 2025 회계연도 국방예산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번 예산 요구안은 지난해 6월 법제화한 재정책임법(FRA)에 따라 지출 상한선이 정해진 상태에서 나왔다. 재정책임법은 정부가 회계연도 말 계속 결의안(CR)에 따라 운영되는 경우 국방지출에 대한 법정 한도를 설정한 법이다. FRA에 따르면 국방부의 2025 회계연도 전체 지출 계획은 2024 회계연도 대비 1% 증가의 상한이 설정된다.

이 때문에 육ㆍ해ㆍ공군 모두 도입과 연구개발 예산 등에서 큰 폭으로 조정해야만 할 상황이다.

①F-35 양산 드디어 결정
미 국방부가 지난 7일 제출한 무기 시험평가관의 시험평가 보고서를 검토한 끝에 F-35 라이트닝Ⅱ 전투기의 양산을 결정했다. 양산 결정은 원래 계획보다 5년 늦어졌는데, 지금까지 990대 이상의 전투기가 미국과 동맹국에 인도됐다.

미 국방부가 오랜 지연 끝에 F-35 전투기의 양산 결정을 내렸다. 미 공군

미 국방부가 오랜 지연 끝에 F-35 전투기의 양산 결정을 내렸다. 미 공군

F-35는 초기 운영시험과 평가(IOT&E)를 완료했지만, 양산 전제 조건이었던 합동 시뮬레이션 환경(JSE)의 작동 지연 때문에 수년간 저율 생산단계에 머물렀다. F-35는 지난해 9월 JSE에서 64회 전투 시험을 완료했다.

하지만, 양산 결정과 상관없이 미 국방부에서 F-35 대규모 도입은 당분간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최근 공개한 2025 회계연도 예산 요구안에서 이전 회계연도 예산 요구안에서 예상한 83대보다 줄어든 68대만 요청했다.

한편, 나토 핵공유 임무를 위해 필수적인 F-35A의 B61-12 핵폭탄 탑재 인증도 이뤄졌다. F-35 합동 프로그램 사무국(JPO)은 원래 올 1월까지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이보다 이른 지난해  10월 12일 인증을 완료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JPO 대변인은 F-35A는 사상 최초로 핵탑재가 가능한 5세대 전투기이며, 1990년대 초 이후 핵탑재 인증을 받은 최초의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모든 F-35A가 B61-12 핵폭탄 탑재 가능한 것은 아니며,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 모두 탑재가 가능한 이중탑재가능 항공기 인증을 받은 기체만 가능하다. 또한, 미 해병대와 해군이 운용하는 F-35B와 F-35C는 인증을 받지 않았다. 미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블록 4 업그레이드는 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아니라고 밝혔다.

B61-12 핵폭탄은 오바마 행정부가 시작한 핵무기 수명연장 프로그램의 하나로 구형 B61-3, -4, -7, -10 모델을 대체하며, 구형 폭탄의 탄두를 새 하우징에 넣는 방식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비축량을 늘리는 신형 핵무기는 아니다.

②미 해군의 차세대 전투기와 잠수함 배치 늦어져
FRA에 따라 예산 증액이 깎이면서 미래 능력을 지원하는 예산도 크게 줄었다. 이번에 연기된 대표적 미래 전력은 F/A-18E/F 슈퍼호넷을 대체할 차세대 전투기 F/A-XX와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을 대체할 차세대 공격잠수함 SSN(X)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 공격잠수함인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미 해군

현재 미 해군의 주력 공격잠수함인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미 해군

F/A-XX 전투기 개발과 관련 기술 연구에 2025 회계연도에 15억 달러를 예상했지만, 5억 달러만 요구했다. 미 해군은 슈퍼호넷 구매를 2023년에 중단하고, 절감 예산으로 F/A-XX와 이를 위한 시스템 계열에 투자하고 될 것이라고 2020년부터 밝혀왔다. 제작사 보잉도 2023년 2월 슈퍼호넷 생산을 2025년에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슈퍼호넷 생산 라인이 더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SSN(X)은 해군은 지난해 2031년부터 시작하려던 제작 시작 연도를 2035년으로 미룬다고 발표했는데, 이번에 2040년대 초반으로 더 연기됐다. 제작 시작이 늦춰졌지만, 2025 회계연도 SSN(X) 설계 및 개발 예산은 2024 회계연도의 5억 4470만 달러보다 약간 늘어난 5억 8690만 달러가 요청됐다.

F/A-XX와 SSN(X)와 함께 미 해군의 미래 능력을 이루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을 대체할 차세대 구축함 DDG(X) 사업은 이미 지난해 연기가 확정됐다. 2021년 초반, 미 해군은 DDG(X)를 2028 회계연도에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2032 회계연도에 시작하는 것으로 연기됐다.

예산 요구안 발표에 앞서 에릭 레이븐 해군부 차관은 기자들에게 국방부가 콜롬비아급 탄도미사일 잠수함, 트라이던트 SLBM, TACAMO 지휘통제 항공기 시스템을 포함한 핵 억지력의 해상 기반 부분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조선 및 현대화 요구를 충당할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관은 향후 현대화 과정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 위험을 감수하는 지침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 해군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중동 지역을 오가는 군함 및 상선 등을 미사일과 무인기로 공격함에 따라 이 지역에서 미사일과 함정의 준비태세를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차관은 2025 회계연도 예산은 현재 홍해 지역에서의 지출이나 추가적인 작전 비용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언젠가 의회에 추가적인 지출 법안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③미 육군, 차기 자주포 사업 중단
얼마 전 OH-58D 카이오와 정찰헬기 능력을 대체할 미래 정찰공격기(FARA) 프로그램을 취소한 미국 육군이 장거리 화력으로 개발 중인 사거리 연장 포병(ERCA) 사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사업의 완전 취소가 아닌 문제점을 찾고 대안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155㎜ 58 구경포를 장착한 ERCA 시제품. 미 육군

155㎜ 58 구경포를 장착한 ERCA 시제품. 미 육군

M1299 아이언 선더(Iron Thunder)라는 명칭이 붙은 ERCA는 현재 운용 중인 M109A7 자주포에 58구경 포신을 붙이고 램제트 추진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하여 사거리를 최대 100㎞까지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 육군은 2025 회계연도 예산안 발표 전인 지난해 가을 시제품 운용을 마무리했지만, 바로 생산에 들어갈 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 육군은 현재까지 모두 20대의 시제품을 제작했다.

지난해 미 육군 관계자는 ERCA가 포탄 발사 후 포신이 과도하게 마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마모율이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미 육군은 ERCA 프로그램 진행을 중단하고, 문제의 원인을 살펴 올여름에 진행 여부와 다른 대안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한편, 미 육군이 미 육군의 장거리 화력 능력 가운데, 사거리가 2800㎞ 이상인 장거리 극초음속무기(LRHW)도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미 육군은 지난해 9월 말 운용 부대에 대한 첫 작전 배치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7일, 비행 전 사전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됐고, 지난해 10월 26일에도 시험 발사가 이루어지기 직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계획된 실전 배치도 미뤄졌고, 미 해군에서의 운용도 연기됐다.

ERCA와 LRHW의 지연과 달리 미 육군의 전술 미사일 시스템(ATACMS)을 대체할 정밀타격미사일(PrSM)의 기본형으로 사거리 500㎞인 증분 1이 올해부터 배치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지상에서 SM-6 대공미사일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티폰(Typhon)으로 알려진 중거리 능력(MRC)도 운용을 시작해 장거리 화력에 대한 요구를 일부 충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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