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이젠 국가대항전…UAE도 올트먼과 투자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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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반도체 시장을 달군 국가 간 ‘쩐의 전쟁’이 인공지능(AI) 반도체로 확산하고 있다. AI 반도체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가 자금을 싸 들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투자사 MGX가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의 ‘AI 반도체 프로젝트’ 투자 계약을 논의 중이다. 이 매체는 지난주 싱가포르 국부펀드가 올트먼 CEO와 해당 투자 건으로 만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트먼은 AI용 반도체를 맞춤 설계·제조해 시장 지배자인 엔비디아 영향권에서 벗어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조달하려는 자금이 1경원(최대 7조 달러)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반도체 업계에선 “‘올트먼 프로젝트’가 오일머니로 AI 시대 지분을 빠르게 차지하려는 중동 큰 손들과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라고 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영국·싱가포르·일본 정부 등과 자사 칩 기반 AI 인프라 구축을 협의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국가 간 전쟁이 된 것처럼, AI 반도체·인프라도 국가 중심의 투자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UAE·싱가포르 국부펀드, AI칩 투자 논의

오픈 AI와 AI 반도체 프로젝트 투자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MGX는 UAE가 지난 11일 설립한 AI 전용 기술 투자사다. 설립 1주일 된 투자사가 올트먼의 반도체 프로젝트 투자 테이블에 앉은 셈이지만, MGX 설립 파트너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와 국영 AI 기업인 G42다. MGX 이사회 의장은 아부다비 국왕의 동생인 셰이크 타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부통치자다.

UAE는 다음 세대 동력을 AI에서 찾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지난 2017년 세계 주요국 중 최초로 정부 소속 AI 부처를 만들었고 지난 1월엔 ‘인공지능 및 첨단기술위원회(AIATC)’도 설립했다. MGX는 설립 발표에서 집중적으로 투자할 세 분야로, AI 인프라(데이터센터 등), 반도체, AI 기술(AI 모델 및 소프트웨어, 로봇공학 등)을 꼽았다.

UAE는 AI 열풍 전부터 반도체에 투자해 왔는데 무바달라는 미국 반도체 회사 글로벌 파운드리즈 지분을 80% 이상 보유한 지배 주주이자 엔비디아 경쟁사인 AMD의 주요 주주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AI 반도체에서 엔비디아 대항마를 키우기 위해 중동 자금을 끌어들여 최대 1000억 달러(약 133조원) 규모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프로젝트의 또 다른 큰 손 후보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2870억 달러(약 387조원) 규모 자금을 운용하며 한국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에 투자했다.

AI 반도체·인프라도 ‘국가 주도’

지난해 12월 싱가포르를 방문해 기자 간담회를 갖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를 방문해 기자 간담회를 갖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연합뉴스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 같은 컴퓨팅 인프라 구축은 대표적인 ‘기업 대 기업’(B2B)사업이지만, 챗GPT가 촉발한 AI 열풍 이후 ‘기업 대 정부’(B2G) 사업이 됐다. 각국 정부가 ‘자국어 AI 언어모델’과 ‘AI 주도권’에 관심을 가져서다. 여기 불을 지피는 인사가 바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다. 그는 지난달 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C)에 참석해 중동을 포함한 각국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 “각 나라는 자체 AI 인프라와 AI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엔비디아는 영국 정부 슈퍼컴퓨터 구축 사업을 따냈다. 정부 예산 3억 파운드(약 5080억원)를 들여 엔비디아 AI 칩 5500여 개를 탑재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올여름부터 활용할 계획이다. 젠슨 황 CEO는 지난해 12월엔 싱가포르를 방문해 리셴룽 총리와 경제개발청(EDB) 고위 임원들을 만났고, 이후 싱가포르 국영 통신사 싱텔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동남아시아 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황 CEO는 지난해 12월 일본을 찾았을 때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일본에 GPU를 먼저 공급하겠다”라고 약속했고 일본에 AI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는 협의도 했다.

'탈 엔비디아' 원하지만…‘엔비디아의 대안도 엔비디아’

‘탈(脫) 엔비디아’를 원하는 건 오픈 AI만은 아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 빅테크는 자사 AI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맞춤 설계하고 있다. 지난달 10년 만에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주완 LG전자 CEO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해 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도 이 때문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그러나 보고만 있을 엔비디아는 아니다. 엔비디아는 고객사의 요청에 맞게 맞춤형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새 사업부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8일(현지시간) 자사 기술 컨퍼런스 GTC에서 이를 공식 발표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사의 AI 서비스나 인프라에 특화돼 ‘GPU보다 나은 AI용 칩’을 엔비디아가 직접 맞춤 설계해준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처럼 자체 칩을 설계할 막대한 자원과 기술이 없는 회사가 엔비디아 외의 AI 반도체 회사로 이탈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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