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백기사’ 연기금, 불성실 기업엔 투자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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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금융당국이 7년 만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개정했다. 기업 가치 제고에 불성실한 곳은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줄일 전망이다. 기관투자가가 사실상 ‘밸류업 프로그램’을 강제하는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위원회와 한국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세 번째 원칙 가이드라인에 ‘투자 대상 회사가 기업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하면서 주주와 충실히 소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특히 ‘기업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의 수립·시행’은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공시가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발표한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코스피·코스닥 상장 기업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1년에 한 번 자율 공시해야 한다. 공시나 공시한 계획의 이행이 강제는 아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으로 기관투자가들이 밸류업 공시를 직접 점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실질적으로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밸류업 공시를 아예 하지 않는 곳은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율 지침이라고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까지 개정한 상황에서 기관들이 기업 가치 제고에 소극적인 곳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특히 밸류업 공시 같은 기본적인 사항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은 당연히 페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밸류업 공시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도 투자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우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만들기로 한 만큼, 기관투자가들이 이 지수에 포함된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밸류업 공시와 관련해서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공시 원칙과 내용·방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해 국민연금공단 등이 포함된 기업 밸류업 자문단과 논의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어느 곳에 투자할지는 투자자가 자율로 결정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금을 빼라 마라 할 수 없다”면서도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기업들은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관들이 투자 비중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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