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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사내이사 반대”…국민연금과 대한항공 ‘악연’ 속사정은

중앙일보

입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4일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서 열린 대한항공 신 엔진정비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 정비 역량을 확충하고, 항공 MRO(수리·정비·개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엔진 정비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뉴스1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4일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서 열린 대한항공 신 엔진정비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 정비 역량을 확충하고, 항공 MRO(수리·정비·개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엔진 정비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뉴스1

국민연금이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다른 국내외 의결권 자문 기관과는 달리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슈에 여러 차례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유독 대한항공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오는 21일 열리는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전망이다. 지난 14일 수책위가 이런 내용을 밝혔다. 수책위는 조 회장의 선임 안건에 대해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을 꼽았다. 또 다른 안건인 이사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서는 “보수금액이 경영 성과에 비춰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이 주장하는 주주 이익 침해와 관련해 아시아나 인수합병 발표 이후 대한항공의 주가와 실적 등을 보면, 주가는 인수합병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2020년 11월 대비 30%가량 올랐다. 실적은 매출 14조5751억원, 영업이익 1조586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주 이익 침해? 주가·실적 양호 

우호적 주주 환원 정책도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보통주 주당 750원, 우선주 800원의 주주 배당을 할 예정이다. 또한 2025년까지 3년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내에서 주주에게 배당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대한항공의 악연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연금 수책위는 2021년에도 조 회장 재선임에 반대한 바 있다. 당시 수책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 과정에서 실사를 생략하고 계약상 불리한 내용으로 주주 이익 침해에 감시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조 회장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 참여한 모든 이사의 재선임을 반대해 왔다. 일부에서 이번 조 회장 재선임 반대를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반대의 연장 선상으로 보는 이유다. 같은 날 함께 심사한 포스코홀딩스·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등의 주요 안건은 모두 찬성해 대한항공과 대조를 이뤘다.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선택도 국민연금과 달랐다. 한국ESG기준원(KCGS), 한국ESG연구소(대신경제연구소)를 비롯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 글래스 루이스도 조 회장 선임안에 대해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항공업계에서는 사실상 산업은행 주도로 시작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국민연금의 반대로 차질을 빚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이번 조 회장 재선임 반대를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다”며 “국민연금 수책위가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주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우호지분 30% 넘어 재선임안 통과 전망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국민연금(7.61%)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지만 한진칼 26.13% 등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이 30%를 넘기 때문이다.

바뀐 정관도 조 회장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국민연금 등의 반대에 막혀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자 이듬해 정관을 변경했다. 다른 기업과 비교해 엄격하다는 의견이 나온,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이사 선임 요견을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2분의 1 이상 동의’로 바꾼 것이다. 정관 개정 이후 대한항공의 주총안건 통과율은 9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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