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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으로 낳은 아들, 친자 아니었다…병원은 "아내가 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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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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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부가 대학병원의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얻어 26년간 키운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연이 알려졌다. 부부 중 남편과 친자 관계가 아니었다. 부부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 의사는 잠적했고 병원 측은 '아내의 외도로 인한 자연임신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는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YTN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이런 내용의 사건을 전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난임 여성이었던 50대 A씨 부부는 지난 1996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 이듬해 아들을 얻었다.

아들이 다섯 살이 되던 2002년, 부부는 소아과에 갔다가 아들 혈액형이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부는 모두 B형이었는데, 아들은 A형이었다. B형 부부 사이에서는 A형 자녀가 나올 수 없다.

이에 시험관 시술을 진행한 대학병원의 B교수에게 찾아갔다. 그러자 B교수는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종종 돌연변이로 부모와 다른 혈액형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부부는 당시 그 말을 믿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성인이 됐고, A씨 부부는 아들에게 자신이 왜 부모와 혈액형이 다른지 설명해주기 위해 B교수에게 다시 연락해 과거 보여줬던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B 교수는 돌연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병원 측에서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관련 의료 기록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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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결국 유전자 검사를 받았는데, 아들의 유전자가 A씨 남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즉, A씨 남편은 A씨 아들의 ‘친부’는 맞지만 ‘생부’는 아닌 것이다. 민법에 따르면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는 법적으로 그 부부의 아이로 추정하므로 A씨 남편은 A씨 아들의 친부이지만, 생부는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의미하므로 A씨 남편은 A씨 아들의 생부는 아니다.

A씨 부부는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의 정자로 임신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반면 병원 측은 “A씨가 자연 임신했을 수 있다”며 그의 외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주장을 내놨다. 시술을 진행한 B 교수는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 등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병원 측은 또 부부에 위로금 1000만원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는 B교수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피해 사실을 인지한 지 3년 이내에 제기해야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며 “이런 의료 사고 같은 경우는 소멸시효에서 예외로 적용하자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다. A씨 부부도 그 부분에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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