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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선거구제 총선 아홉번에 불과…부족한 자료가 선거예측 가로막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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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호 04면

이준웅의 총선 레이더 ⑩ 선거 예측과 패턴

선거예측 기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모두가 아는 여론조사 자료기반 예측으로, 선거 임박해서 직접 유권자에게 표심을 묻는다. 둘째로 결과를 예측하는 게임을 만들어 결과를 맞춘 자들에게 보상하는 예측시장 기법이 있다. 마지막으로 각종 경제사회 지표를 사용하여 예측방정식을 만들어 현재 지표를 대입해 보는 구조변수 기반예측이란 것도 있다. 우리나라 총선예측에선 이 세 방식이 다 무력하다. 우리는 왜 이 모양인 걸까.

미국과 대조해 보자. 구조변수 기반예측을 하면서 사용하는 변수들로 ㉮실질 GDP 성장률 등 경제지표 ㉯대통령 국정지지도 ㉰집권당의 하원 지배 ㉱주요 정당 예비선거 실적 등이 있다. 에모리대 에이브라모위츠 교수는 이 중 첫 세 변수만을 이용한 수식을 사용해서 대통령 선거를 성공적으로 예측해 왔다. 대선이란 집권 세력에 대한 일종의 평가투표라고 보는 이론을 적용해서 그렇게 한다. 이 밖에도 많은 이론이 경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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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구조변수 기반예측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과거 선거결과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이래서 이겼다는 식의 사후 정당화나 저러니까 졌지라는 식의 사후 약방문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원인이 승패를 결정하는 이유이기에 지금 누가 이길 것이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없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유를 설정하고 실증 자료를 이용해서 인과추론을 해낼 수가 없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우리는 일단 자료부족이다. 이래서는 패턴을 찾을 수 없다. 로 제시한 제6공화국 역대 총선결과를 보자.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1988년 이래 9차례 선거결과를 자료로 삼아 10번째인 올 총선을 예측해야 한다. 얼핏 봐도 시계열이 너무 짧다. 민주공화정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기엔 공화국의 연식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0년까지는 지역기반 정당 간 합종연횡(3당 합당, DJP 연합 등)에 의해 선거를 치르고 또 승부를 봤기에, 구조변수를 적용해서 선거결과를 설명하는 일 자체가 부질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2004년 탄핵 총선 이후 2020년 코로나 총선까지 실질 경제성장률이나 대통령 국정평가를 이용해서 결과를 설명해 볼 여지는 없을까. 2004년 ‘탄핵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성장률과 국정평가 지표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승리했다. 2012년 비대위 총선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은 낮은 수준의 대통령 국정평가를 극복하고 승리했다. 구조변수들 때문에 이 선거들이 그렇게 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나마 자명해 보이는 총선 결과가 2004년 탄핵 총선, 2008년 뉴타운 총선, 2020년 코로나 총선이다. 이때는 선거예측도 성공적이었다. 이 세 경우 모두 여당이 대통령 지위를 호위하거나 그 정책을 옹호하는 캠페인으로 일관하여 완승했던 선거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이런 식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지 않기에, 이 모형을 적용해서라면 도저히 여당이 안정적으로 이긴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2012년 비대위 총선과 2016년 신여소야대 총선이다. 두 선거 모두 선거예측도 망했던 경우다. 이번 총선이 인기 없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삼아 비대위원장이 여당의 승리를 이끈 2012년과 유사할까, 아니면 세월호 사태를 경유하면서 누적한 정책적 실정을 파고든 야당의 공세로 여당이 왜 졌는지도 모르게 패배한 2016년에 가까울까. 이 질문에 누가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까.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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