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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없어 준비도 못해" 수십만 인파 기장축제 올핸 못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해 3월 28일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어민들이 동해안에서 갓 잡은 봄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고 있다. 봄철 기장멸치는 몸길이 10~15㎝로 구이용, 횟감용, 젓갈용 등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3월 28일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어민들이 동해안에서 갓 잡은 봄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고 있다. 봄철 기장멸치는 몸길이 10~15㎝로 구이용, 횟감용, 젓갈용 등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주민 주도로 수십년간 열렸던 전국 지역 축제가 고령화로 인해 취소되거나 중단되고 있다. 젊은 세대 유입이 없는 어촌ㆍ산간에서 축제 명맥을 잇던 주민들은 “손님맞이를 준비할 여력이 없다”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

30년 된 기장 멸치 축제, 올핸 못 본다

부산 기장군과 기장멸치축제추진위원회는 올해 기장 멸치 축제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축제는 1997년 시작돼 매년 4월 중순쯤 열렸다.

2023년 기장 멸치 축제 때 퍼레이드. 사진 기장군

2023년 기장 멸치 축제 때 퍼레이드. 사진 기장군

기장군 대변항 일원에서 유자망(수면에서 바닥으로 펼친 그물을 조류에 흘려보내면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조업해 건져 올리는 기장 멸치는 전국 몇리 어획량의 60%에 달한다. 4월은 기장 멸치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지방이 적당히 들면서 맛이 좋다고 한다.

멸치회ㆍ쌈밥ㆍ구이 등 요리 시식회를 앞세워 깜짝 도매가 세일, 멸치털이·미역채취 체험 행사, 유명 가수 초청 공연 등을 곁들인 축제엔 매년 전국에서 수십만명이 몰렸다. 어촌계와 주변 상권에 도움이 커 2019년엔 부산을 대표하는 ‘우수 축제’로 뽑히기도 했다.

고령화ㆍ재정부담 탓… “정비해 명맥 이을 것”

주민들은 "멸치 요리를 장만하고 손님을 맞이해야 할 부녀회와 청년회가 고령화해 축제를 열 수 없다"고 한다. 유평규(대변마을 이장) 추진위 사무국장은 “30년 전 축제를 시작할 때 활동하던 부녀회원들이 현재도 주축을 이루고 있다. 60대, 혹은 그 이상의 회원도 많다”고 설명했다.

2023년 기장 멸치 축제 때 방문객이 어선에 올라 미역채취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기장군

2023년 기장 멸치 축제 때 방문객이 어선에 올라 미역채취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기장군

재정 부담도 작용했다. 축제 비용 3억원 가운데 기장군 지원분(1억~1억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변항 상권의 협찬ㆍ모금 등으로 충당하는데, 상권이 위축돼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찐 로컬’ 강원 벚꽃 축제는 완전 폐지

강원 속초시 상도문1리에서 열리던 ‘상도문마을 벚꽃 축제’도 올해 폐지됐다. 2009년 시작된 이 축제는 지역 부녀회와 노인회가 주관했다. 수만 명이 몰리는 규모의 대형 행사는 아니지만,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의 흐드러진 벚꽃 터널과 부녀회가 직접 운영하는 현지 농산물 장터, 농촌활동 체험 등이 어우러져 숨겨진 ‘찐 로컬’ 축제였다.

강원도 속초시 벚꽃터널. 사진 속초시

강원도 속초시 벚꽃터널. 사진 속초시

논의에 참여한 속초시 관계자는 “주민 과반수가 65세 이상이고, 주축인 부녀회원도 70~80대다.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재개했지만 (주민들이) 힘에 부쳐 폐지 결정을 내렸다”며 “축제가 사라지는 건 안타깝지만, 주민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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