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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알리 "직구 환불 쉽게" 빠른 대응…위기의 쿠팡, CJ와 화해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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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알리익스프레스는 14일 소비자 보호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 앱 내 고객서비스 공지 배너.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알리익스프레스는 14일 소비자 보호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 앱 내 고객서비스 공지 배너.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정부가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선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알리는 정부 발표 하루 만에 소비자 보호 대책을 내놓고 국내 물류센터 설립 계획을 가시화하는가 하면, CJ제일제당 등 국내 식품업체를 대거 입점시키며 유통업계 1위로 성장한 쿠팡을 위협하고 있다. 알리는 월간 사용자 기준 쿠팡에 이은 국내 2위 이커머스다.

소비자 보호·투자 확대 나선 알리

알리는 14일 국내 고객센터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정식으로 개시하고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한 환불 서비스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상품 결제 완료일로부터 90일 이내에 별도 증빙 없이 반품·환불이 가능하고, 가품(짝퉁)이 의심되는 상품을 받았거나 주문 상품이 분실·파손됐을 때, 약속된 배송 일자를 14~30일 이상 넘긴 경우에도 100% 환불 신청을 할 수 있다. 알리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환불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알리의 국내 투자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는 자회사 알리의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국내 물류센터 구축에 약 2억 달러(약 26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국내 소비자가 알리에서 제품을 사면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선박으로 제품이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통관, 배송 등을 거치며 약 3~7일이 소요되는데, 국내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구매 후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1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정부 압박에 발 빠른 대응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리가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정부의 규제 칼끝이 매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등 관계 부처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가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입점업체 보호를 위해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고 공정거래법 적용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내 법을 적용하기 어려워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이로 인한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앱 시장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이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쿠팡(3010만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의 이용자 수는 581만명으로 11번가(736만명)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최근 신선식품 판매까지 시작하며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게 되면 시장 잠식이 더 빨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알리로 모여드는 식품업계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전용관인 K베뉴. 알리 홈페이지 캡쳐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전용관인 K베뉴. 알리 홈페이지 캡쳐

최근 알리는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주요 식품기업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조대림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알리의 국내 상품 전용관인 K베뉴에 입점해 캔참치, 어묵 등 대표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동원F&B는 이달 중, 삼양식품은 내달 알리 입점을 앞두고 있는 상태. 이 밖에 대상, 풀무원, 농심 등도 알리와 제품 판매를 논의 중이라 알리 내 국산제품 판매군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쿠팡과 2년째 날을 세우고 있는 CJ그룹은 알리의 우군으로 부상했다. 지난 7일 알리에 입점한 CJ제일제당은 대표 상품인 비비고 만두, 햇반 등을 자체 운영하는 CJ더마켓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 중이다. 이 같은 행보는 알리의 국내 배송을 전담하는 CJ대한통운과의 재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사의 물류 계약은 내달 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CJ제일제당의 알리 입점이 재계약의 청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이 알리에 입점하는 대신 CJ대한통운이 알리의 배송을 전담한다면 CJ그룹과 알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것.

위기 느낀 쿠팡, CJ와 화해 나설까

위기를 느낀 쿠팡이 CJ제일제당과의 화해를 서두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강한승 쿠팡 사장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오는 20일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 정규시즌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 티켓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손 회장에게 경총 신규 회원사로서 티켓을 전달했다는 설명이지만 양사의 협업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도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직매입 거래를 재추진하기 위해 꾸준히 접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알리의 공격적인 행보가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관계 개선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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