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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정유소 피격에 국제유가 4개월 만에 최고...고물가 부추길라

중앙일보

입력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국제유가가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해 원유 공급 중단의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 원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국내 물가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16달러(2.8%) 오른 배럴당 79.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도 84.03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2.11달러(2.6%) 올랐다. 모두 지난해 11월 6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 정유시설 피습 소식이 전해진 것이 공급 불안을 키웠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관계자는 13일 로이터 통신에 "밤사이 러시아 랴잔, 크스트보, 키리시에 있는 러시아 정유소 3곳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간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던 미국 원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도 상승세를 부추겼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13일 주간 보고서를 통해 상업용 원유 재고가 한 주 전보다 15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재고량 감소 폭이 산업계의 예상 폭을 웃돌면서 원유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국제유가 불확실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홍해 리스크가 여전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자발적 감산 기조가 연장되면서 수급 불안이 커진 탓이다. 드라이빙 시즌인 여름철엔 원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추가로 유가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모건 스탠리의 마타인래츠 애널리스트는 CNBC 방송에서 “연초만 해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던 에너지 분석가들이 최근 예상보다 강한 경제 지표들이 쏟아지면서 원유 수요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며 “올해 여름 원유 초과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2분기, 길게 보면 3분기까지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 본다"면서 "OPEC+ 산유국들의 감산이 2분기까지 연장되었고, 글로벌 경기 연착륙 또는 무착륙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4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 설치된 유가 정보판. 연합뉴스

14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 설치된 유가 정보판. 연합뉴스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국내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 국제유가가 80달러 안팎을 오가자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3%대로 반등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유 공급 충격의 영향으로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물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을 제외한 국제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수요가 몰리고, 국제 유가 오름세에 따라 투기적 수요도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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